October 31, 2015
우리를 닮고 우리를 담다, 오방색五方色
Food Plating
음식을 단순히 맛으로만 즐기는 시대는 가고, 화려한 색감과 플레이팅으로 '시각'을 자극하며, "보글보글 지글지글" '청각'도 동시에 자극하는 쿡방(Cook+방송)이 대세인 시대가 왔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처럼 정갈하게 담은 음식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심리적으로 더 맛있게 느껴지는 법. 아름다운 색감을 이용한 요리를 보는 순간, 터져나오는 탄성과 함께 너도나도 할 것없이 카메라에 담아 SNS에 올리는 모습은 우리에겐 전혀 낯설지 않다. 요리에도 '예술적 감각'이 중요해진 요즘— 예로부터 한국 전통미술은 물론 생활방식까지 다방면에 두루 쓰인 우리의 색, 오방색五方色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주와 자연 그리고 사람이 하나 되어 살고자 했던 선조들의 세계관"
오방색은 음양오행적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다섯 가지 색으로 우리나라의 민족사상, 한의학, 전통공예, 전통복식, 건축물은 물론 '음식'에도 영향을 끼쳐 한국인의 삶과 굉장히 밀접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청(靑)•적(赤)•백(白)•흑(黑)•황(黃) 다섯 가지 색으로 이뤄진 오방색은 각기 오행(청-木, 적-火, 백-金, 흑-水, 황-土), 방위(청-東, 적-西, 백-南, 흑-北, 황-中), 계절(청-봄, 적-여름, 백-가을, 흑-겨울, 황-사계절) 그리고 오장육부(청-간장, 적-심장, 백-폐, 흑-신장, 황-위)를 상징한다. 이 외에도 각 색깔마다 지니고 있는 상징성과 각 식재료의 효능이 뚜렷하게 다르다.
파란색은 생명, 신생, 소원, 창조를 상징한다.
엽록소가 많이 들어있는 푸른 잎 채소는 우리 신체 중 간, 장 그리고 눈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세포 재생을 도와 노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붉은색은 태양, 탄생, 정열, 애정을 상징한다.
붉은색 색소 리코펜이나 베타카로틴이 들어있는 토마토와 홍고추는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며
피를 맑게 해준다. 또한 예로부터 빨간 빛깔은 마귀나 나쁜 재앙을 강하게 물리칠 수 있다고 믿어,
동지날에 붉은 팥죽을 끓여 먹는 풍습이 생겼다.
흰색은 진실, 순결, 자연을 상징한다.
플라보노이드 색소가 주로 함유된 대표 식재료 양파, 무, 도라지는 체내 저항력을 높여주며
폐와 코 기능을 향상시켜줌으로써 기관지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예로부터 흰색은
나쁜 기운을 막고 우리 몸에 활력을 가져다 준다고 믿어, 우리 선조들은 백의민족이라
불릴 만큼 흰 옷을 즐겨 입었다. 더 나아가,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서
흰 옷을 입혔고, 백일상에는 아기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백설기가 빠질 수 없었다.
검정색은 지혜, 죽음(소생)을 상징한다.
안토시아닌 색소가 풍부한 검정콩, 흑미, 미역은 체내 독소를 제거해 신장 기능을 강화시켜
피로 회복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죽음이 마치 낙엽이 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가
완전히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봄에 새싹을 다시 피우는 것처럼
소생을 뜻하며 동시에 만물의 흐름과 변화를 뜻한다.
노란색은 모든 사계절을 상징하고, 중앙을 나타내는 색이다.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함유된 호박, 당근, 오렌지는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 기능에 도움을 줘
위 기능을 좋게 해준다. 노란색은 우주의 중심이라고도 하여 예로부터 왕의 옷을 만드는 고귀한 색으로 취급되어 왔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오방색의 각기 다른 식재료를 한 음식에 모두 담아 섭취하곤 했는데, 각 재료가 갖고 있는 색소에 따라 효능과 영양소가 다르므로, 영양학에 대한 지식이 없던 과거에도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오방색의 음양오행적 사상으로 인해 식재료 간의 음양 조화를 중요시 여기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우리나라 고유 음식문화가 생겨났다. 이는 우리의 식문화가 세계 어느 나라의 식문화와 비교했을 때도 유일무이하게 하는 아주 절대적인 요소이다.
Korea Pavilion at the Expo Milano 2015
지난 5월부터 10월 31일까지 184일간 145개국이 참가해,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를 주제로 열린 세계박람회 ‘2015 밀라노엑스포(World Exposition Milano 2015, Italy)'에서 한국관은 "수많은 체험관 중 가장 돋보이는 관"으로 호평을 받으며, "한국의 맛과 멋을"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영상)
오방색을 기초로 구성된 한식 밥상 메뉴는 조화(Harmony), 치유(Healing), 장수(Health)라는 테마로 선보여지며, 색의 조화와 한식의 정갈하면서도 절제된 미(美)를 잘 나타내주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한국의 건강 밥상은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한 그릇의 소박한 먹거리에,
아이의 순수한 옷차림에,
민족의 삶에 스며든
다섯 빛깔 전통색"
- KBS 한국 방송 [한국의 유산 162회 '오방색']
오방색을 잘 활용한 대표 한식 메뉴로는 역시 비빔밥을 꼽을 수 있다. 비빔밥은 황(노른자)을 중심으로 청(시금치), 적(당근, 고추장), 백(콩나물, 백지단), 흑(고사리, 고기, 황지단)색의 고명을 얹어 이를 함께 비벼 먹음으로써 모든 재료가 하나의 음식으로 조화되는 음식이다. 또 다른 대표적인 예로, 궁중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신선로[청(은행, 미나리적, 파), 적(간전, 홍고추, 소고기완자), 백(백지단, 동태전), 흑(석이버섯, 표고전, 해삼전), 황(호두, 잣, 황지단)] 그리고 완전함•화합의 의미가 있는 구절판[청(오이), 적(당근, 소고기), 백(밀전병, 숙주, 백지단), 흑(석이버섯, 표고버섯), 황(호두, 잣, 황지단)]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탕평채, 호박전, 산적, 송편 그리고 메밀국수와 같이 많은 한식이 오방색을 갖추고 있다.
오방색은 각기 다른 색마다 다양한 함축적 의미를 갖고 있으며, 어느 하나에 쏠리지 않고 모든 색상이 균형 있게 어우러져 음양의 조화와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 해준다. 이제는 단순히 입으로만 먹는 시대가 아닌, 오감을 모두 충족해 예술적으로 대중에게 어필해야 인정 받는 시대이다. '색'을 활용한 적극적인 ‘시각’ 활용이 답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오방색을 모두 갖춘 한식은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음식의 가장 본질인 맛은 물론, 감각적인 부분까지 결합시켜 한식을 예술적•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홍보한다면, '한식의 세계화에 보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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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a Food Story" writes interesting food and art stories from Kana Culinary team.
<카나 푸드 스토리>는 카나 요리팀이 전하는 신비로운 '요리∙예술' 이야기입니다.
Writers: Yujoon Jang ㅣ 장유준 <yujoon.kana@gmail.com>, Sally Leeㅣ 이승현 <slee92.kana@gmail.com>, Yeji Limㅣ 임예지 <yeji.kana@gmail.com>, Michelle Leeㅣ 이성희 <sunghee.kana@gmail.com>, Seungkyu Moonㅣ 문승규 <seungkyu.kana@gmail.com>, Sanghoon Jeongㅣ 정인수 <insu.ka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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