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e of NY은 뉴욕 요식업계에서 다양한 직종으로 종사하는 한인들을 소개하며, 요리에 대한 예술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그들의 발자취,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담은 인터뷰와 더불어 KANA가 직접 방문한 후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기발한 캔 막걸리를 선보여 미국 주류 시장의 주목을 받고있는 브랜드 Makku의 CEO, Carol Pak님을 소개합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MBA과정을 거쳐 2017년, 개운한 캔막걸리 Makku를 런칭한 Carol Pak 대표를 만나 요식업계에 진입하게 된 계기, 미국 주류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한 Makku만의 독특한 매력, 그리고 그녀의 미래 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Your background consists of operations, marketing, and an MBA. Now, you're in the food and beverage industry as the CEO of Makku. Would you consider yourself a culinary professional? What was your experience during product development?

I would consider myself a culinary enthusiast, but by no means, a culinary professional. Culinary professionals learn the science behind food and beverage, while I just really enjoy tasting and experimenting with food and beverages. My product development journey is similar to many other food & beverage entrepreneurs who start research and development in their kitchens. Some have grown up seeing their mothers cook in the kitchen, global trips, or Youtubers inspire others. We all have enough passion and confidence about an idea to bring it to life. 

Prior to Makku, I had brewed beer at home a couple of times and thought it wouldn't be too challenging to brew makkuli. Unfortunately, I learned that there is not much information about brewing makkuli online, and even less information is available in English. After several failed attempts at brewing makkuli, I leaned on my mom to find information on Naver, Korean tv shows, and Korean blogs. With each batch of makkuli she made, I would give her feedback, and my mom would tweak the recipe for the next batch. We continued this cycle for several months. One limitation with creating a formula at home is that you don't face the commercial issues of safety, shelf life, and scalability. 

As a twist on traditional Korean rice wine, Makku (the product) could've been unfamiliar to both Koreans and Americans. Why do you think Makku is successful in the U.S. market?

It took a few years to grow Makku in the U.S., and I am hesitant to call Makku successful just yet. We are looking to define makkuli as a category of alcohol, and as a first-mover in our category, we have the responsibility of educating the consumers and market. This, unfortunately, is a very time-consuming and expensive feat. 

That being said, the timing of our market entrance was opportune since Korean culture is increasingly permeating the U.S., and the internet is enabling consumers to be more open-minded and curious. So products such as ours have a good chance of resonating with a broader population. Additionally, we have a loyal following of Asian Americans who were never really top of mind for other large alcohol brands such as Budweiser and White Claw. Asian consumers are increasingly growing in purchasing power, influence, and sheer population, so it's a great consumer base to have.

What are your future ambitions as the Makku CEO?

Our company name is K Brews, and our vision is to distribute premium Korean alcohol brands. Makku was our first brand because I saw a clear void of makkuli in the U.S. market, but we are preparing to launch a second brand this Fall. In the long term, we expect to expand globally, with our eyes set on Asia. 


KANA’s Experience with Makku

The modern, yet simple, packaging design alone was enough to capture my attention, but we were pleasantly surprised to find the flavors were written in Korean to honor where the drink came from. Makku is a twist on makkuli, Korea’s traditional rice wine, but it’s much sweeter and smoother with a clean after-taste and the variety of flavors (mango, blueberry, strawberry, leech, etc.) makes it interesting to discover different tastes, but for those who prefer less sweet drinks, We’d recommend the original flavor. Traditionally, people share makkuli served in a bowl with a ladle. It’s difficult to share with Makku’s can design, but it is light enough to have it all by yourself. For those who enjoy flavored beer/ seltzers, this is a drink for you.

KANA Team Members: Brian Jin Kim, Hyewon Kim, Sieun Lee, Siwon Lee, Hyun Suk Oh, Hee Joo Suh, Yunjung Lim


SOOL : Màkku & Soku

Website: www.drinkmakku.com
Instagram: @drinksool
Facebook: /DrinkMak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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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KANA

Bite of NY은 뉴욕 요식업계에서 다양한 직종으로 종사하는 한인들을 소개하며, 요리에 대한 예술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그들의 발자취,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담은 인터뷰와 더불어 KANA가 직접 방문한 후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Lower Manhattan, Nolita에 위치한 기발한 수제 초콜릿 전문점 Stick With Me의 쇼콜라티에, 김태연님을 소개합니다.

소호, 리틀 이탈리, 그리고 차이나 타운에 인접한 놀리타에 위치한 Stick With Me (202A Mott St New York, NY 10012)의 쇼콜라티에로서 독특하고 아름다운 초콜릿을 만들어내는 김태연 님을 만나, 초콜릿을 향한 그녀의 열정과 Stick With Me 초콜릿만의 차별성, 그리고 미래의 포부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Stick with Me Sweets 에 왜 일하게 되었는지, 이 곳만의 특징이나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Stick with me sweets를 처음 접한 것은 한국에 있을 때 우연히 읽게 된 유명 쇼콜라티에의 기사를 통해서였습니다. Top 10 Chocolatiers in America로도 뽑힌 Susanna Yoon의 예쁜 초콜릿과 컨셉, 패키지 디자인 등은 저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고, 뉴욕에 처음 온 저로 하여금 가장 먼저 Stick with me sweets를 찾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CIA를 졸업하고 MoMA의 2 Michelin stars 레스토랑 The Modern에서 OPT를 하며 Pastry전반에 관한 경험을 하며 초콜릿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고, 좋은 기회에 너무나 일하고 싶었던 Stick With Me Sweets의 쇼콜라티에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Baking and Pastry를 시작하기 전 10년 넘게 미술을 전공하고 작품 활동을 했었기 때문에 평소 예술 작품이나 디자인, 컬러 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Stick With Me Sweets는 저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저의 예술적인 감각과 페이스트리 경험을 잘 녹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맨하탄 소호의 작은 artisan 초콜릿 샵인 Stick With Me Sweets는 예쁜 색감, 디자인 그리고 최고급 ingredients로 만들어지는 hand painted bonbon, caramel, chocolate bar 등의 confection으로 사람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습니다. 단순히 보기에 예쁘거나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완벽한 맛과 퀄리티의 초콜렛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과 디테일들이 Stick With Me Sweets의 쇼콜라티에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합니다. 초콜릿의 재미난 패키징 디자인도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인 The Grand Budapest Hotel에서 영감을 받아 패키징 디자인했다는 이야기를 Susanna Yoon에게서 들었을 때 다시 한번 반하게 됐던 기억이 있는데, 초콜릿 샵이지만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포토그래퍼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Stick With Me Sweets만의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초콜렛에 매료된 계기 / 쇼콜라티에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이 언제인지

어렸을 때 외국 출장을 많이 다니셨던 아버지 덕분에 다양한 과자와 초콜릿을 맛보았던 행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어 한참을 고민하며 골라 먹었던 bonbon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초콜릿은 언제나 저에게 최고의 디저트였고, CIA와 여러 Baking and Pastry School에서의 과정을 통해 Pastry 분야에서도 좀 더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초콜릿 making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특히 쇼콜라티에는 페이스트리 중에서도 제가 가진 예술적인 감각을 다양하게 잘 표현하고 여러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분야라고 느껴져 쇼콜라티에가 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쇼콜라티에로 일을 하다 보니 정말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한 분야라는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초콜릿이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예민하고 정교한 과정들을 거쳐 탄생한다는 것에 대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앞으로의 커리어 계획

조금은 늦게 쇼콜라티에로서의 첫걸음을 뗐지만 앞으로 Stick With Me Sweets, 그리고 미국에서 초콜릿에 대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싶습니다. 실제 초콜릿을 다루는 테크닉뿐만 아니라 bean to bar나 초콜릿의 다양한 이론에 대해 깊이 공부해 정말 실력 있는 쇼콜라티에로 나아가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저에게 초콜릿은 단순히 디저트가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 저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bonbon의 기억처럼 누군가에게 즐겁고 좋은 기억으로 남을 멋진 초콜릿을 만드는 쇼콜라티에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Image from Stick With Me Website (http://swmsweets.com)


KANA’s Visit to Stick With Me

Stick With Me의 아담한 사이즈의 매장에서는 뚜렷한 개성이 뿜어져 나온다. 맛이나 모양이 예상되는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초콜릿과는 다르게 Stick With Me의 초콜릿은 유니크한 디자인과 컨셉을 자랑하며, 패션 망고, 흑임자, 딸기, 피스타치오 등의 독특하고 다양한 맛의 계열을 선보인다. 얇은 초콜릿 쉘 안에 부드러운 필링이 채워진 봉봉은 부드러운 식감과 진한 맛으로 디저트 애호가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매장의 위치 역시 Lower Manhattan 내 다양한 지구로부터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초콜릿 하나하나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는 김태연 쇼콜라티에의 자부심이 녹아있는 Stick With Me에 방문한다면, 아름답게 창작된 달콤한 즐거움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Team Members: Brian Jin Kim, Hyewon Kim, Sieun Lee, Siwon Lee, Hyun Suk Oh, Hee Joo Suh, Yunjung Lim


Stick With Me (202A Mott St, New York, NY)

Website: www.swmsweets.com
Instagram: @swmsweets
Facebook: /swmswe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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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KANA

Bite of NY은 뉴욕 요식업계에서 다양한 직종으로 종사하는 한인들을 소개하며, 요리에 대한 예술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그들의 발자취,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담은 인터뷰와 더불어 KANA가 직접 방문한 후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맨하탄 이스트 빌리지에 위치한 컨템포러리 코리안 퀴진 ‘Oiji’의 오너셰프인 김세홍님을 소개합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 후 뉴욕에서 식당을 열겠다는 꿈을 품고 미국 명문 요리 학교 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로 유학을 오게 되었다. 그 후, 2015년부터 현재까지 Oiji (119 1st Ave, New York, NY 10003)에서 오너셰프로서 한식의 또 다른 매력을 알리고 있는 김세홍님을 만나 뉴욕에서의 한식당 운영에 관한 고찰과 그의 새로운 목표에 대해 들어보았다.

뉴욕에서 6년 넘게 퓨전 한식당을 운영하시는 동안 레스토랑 오너이자 셰프로서 어떤 변화를 느끼셨나요? (퓨전 한식의 트렌드나 한식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변화)

2015년 Oiji를 오픈할 당시만 해도 한식의 인기는 높지 않았습니다. K-Town을 벗어난 지역에서 외국인들을 메인 타겟으로 하는 한식 레스토랑도 많지 않았고, 한식을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경험이 있다고 해도 비빔밥, 불고기 등 일부 음식에 국한되어 있었고, 한국 음식의 이미지가 저렴한 음식으로 요식업계에서 저평가 되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점차적으로 재능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셰프들이 외국인을 타겟으로 한 성공적인 한식당을 열고, 한식당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게 되면서 한식이 다음 단계 성장할 수 있었고, 대중과 비평가들의 관심을 동시에 얻게 되었습니다. K-POP과 영화 등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한식에 대한 관심 또한 많아진 부분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French나 Italian cuisine은 물론이고, Chinese, Thai, Japanese 등 다른 Asian cuisine 만큼의 대중적인 인지도나 인기도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고,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한식이 시장에서 저평가 된 만큼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뉴욕에 한식 퓨전 식당이 많이 생겼는데, 오이지, 혹은 셰프님이 오픈 준비를 하고 있는 레스토랑이 다른 레스토랑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오이지의 음식을 퓨전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현재 세계적인 음식 트렌드는 여러 가지 장르를 조합하거나 재해석하는 것입니다. Michelin Guide나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에 등재된 리스트에서, 랜덤으로 선택된 한 가지 음식을 보고 어느 나라 음식인지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100년 전 한식과 현재의 한식은 확연히 틀리고, 현재 소위 ‘퓨전’이라고 불리는 음식이 100년 후에는 정통 한식이라고 불릴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저는 Oiji의 음식이 “퓨전”이라기 보다는 뉴욕 현지에 맞는 “Approchable/Localized Korean Cuisine” 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Oiji에서 음식을 만들 때, 어떤 레스토랑에서도 만들지 않는 저희 가게만의 고유한 메뉴를 선보이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하지만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다른 장르의 요소를 추가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좀 더 매력적이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대중에게 익숙한 퀴진의 식감, 재료, 테크닉, 맛을 선보이면서도, 한식의 고유 맛을 유지하면서 거부감 없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만의 유니크한 음식을 개발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 원칙을 저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감사하게도 그런 결과물을 손님들께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식을 다른 나라 퀴진과 결합했을 때, 손님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도 있지만, Oiji의 음식이 한국인, 동양인, 서양인에게 전반적으로 고루고루 사랑받는 점에서 매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 Oiji를 오픈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으셨던데, 또 다시 새로운 식당을 준비하시고, 계속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와 동기는 어디서 나오나요? 그리고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궁극적으로 Global Major Hospitality Group을 만드는 것이 큰 꿈입니다. 유년 시절에 유럽의 선진화된 다이닝 문화를 경험한 이래로 줄곧 이 목표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시작은 요리가 아니라 경영학/마케팅을 전공하고, 비즈니스와 조직을 배우기 위해 한국 소재의 회사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재직하였습니다. 부업으로 지인들과 자금을 모아 레스토랑 운영을 하다가, 요리를 직접 할 줄 알아야겠다고 느낀 후, CIA 요리학교를 다니고 다수의 레스토랑에서 주방경험을 쌓았습니다.

뉴욕에서 성공하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첫 레스토랑을 뉴욕에서 시작하였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감사하게도 좋은 성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서울 출신이 이 낯선 뉴욕 땅에서 첫 레스토랑을 연다는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었기에 힘든 점이 많았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목표달성을 위해 열정을 다해 일하면 결국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우선 올해 말에 Oiji의 upgrade version인 새로운 레스토랑을 오픈할 예정이고, 향후 패스트 캐쥬얼(fast casual) 레스토랑을 런칭하여 Oiji 브랜드의 인지도를 지속적으로 높인 후, 궁극적으로 소스류나 김치류 등의 제품을 개발하여 유통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KANA’s Visit to Oiji

Oiji는 들어서는 순간 보이는 나무 테이블과 나무 의자, 또 그들을 비추고 있는 모던한 조명이 컨템포러리한 분위기를 줬다. 그 후 정갈한 플레이팅으로 셰프님이 한식을 재해석한 디쉬를 맛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와규, 랍스터, 쌈 등, 한식에서 주로 쓰이지 않는 식재료와 한식에서 익숙한 식재료의 맛이 조화를 이루는 색다른 메뉴들이 매력적이었다.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맛이면서도 식재료나 플레이팅을 새롭게 재해석한 요리를 맛 볼 수 있기에 좋았다. 인종이 특히나 다양한 뉴욕에서, 한식이 아직 낯선 이들에게는 거부감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는 점이 Oiji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다.

Team Members: Brian Jin Kim, Hyewon Kim, Sieun Lee, Siwon Lee, Hyun Suk Oh, Hee Joo Suh, Yunjung Lim


Oiji (119 1st Ave, New York, NY)

Website: www.oijinyc.com
Instagram: @oijinyc_official
Facebook: /oijirestaurant

Posted
AuthorKANA

Bite of NY은 뉴욕 요식업계에서 다양한 직종으로 종사하는 한인들을 소개하며, 요리에 대한 예술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그들의 발자취,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담은 인터뷰와 더불어 KANA가 직접 방문한 후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맨하탄 이스트 빌리지에 위치한 모던 하와이안 레스토랑 Noreetuh의 co-owner이자 매니저, Jin Ahn님을 소개합니다.

Per Se와 Jungsik의 제너럴 매니저를 거쳐, 현재 Noreetuh (128 1st Ave, New York, NY 10009)의 co-owner로서 하와이안 음식을 선보이고 있는 Jin Ahn님을 만나 와인에 대한 그의 열정, Noreetuh 와인 리스트만의 색깔과 특징, 그리고 요식업계에서 활동하는 그의 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How did you get interested in wine and eventually pursue a career as a sommelier?

To tell you the truth, my career isn't in wine. Wine is part of the restaurant and hospitality. How did I get into the restaurants? That's a long story, but to keep it short, I fell in love with it when I realized how much love and joy there was when people gathered with the ones they love and bond over food and beverage. I worked at some good spots and met some right people along the way. The rest is history.

What was your thought process as you created the wine list for Noreetuh? What would you say is Noreetuh’s wine theme/unique characteristic?

I always loved wines with some bottle age.  I appreciate antiques and things with historical/sentimental value.  Although young wines can deliver a great deal of joy, their profound nature can only be found (more or less) in wines with proper years of age in them.  My list is unique in the sense that 1) it's very extensive for an East Village restaurant, 2) offers a great value for a restaurant wine list, and 3) there are many wines with age in them for anyone to try without breaking a bank.  

The second part of the thought process concentrates on wines that I love - mainly from the Old World (i.e., France, Germany).  Since I cannot possibly afford (both money and space) to have a wine library spanning all across the globe, I've decided to focus on the regions that I love while adding in some sprinkles of older wines to show the depth of the wine program.  It's also easy to put together a list with all young wines.  It's much more challenging, yet rewarding, to put together wines with age and maintain them.

What are your future ambitions as a manager for Noreetuh and a sommelier in general?

I am fairly old, in case you were not aware, so my ambition may sound a little boring to you. My ambition is to continue doing what I love while nurturing others around me (Noreetuh and the people in it), growing the restaurant without diluting what makes the restaurant special, and empowering people around me to be passionate and find love in this industry through education. I want to continue to preach how wonderful our industry is and to say that "it is okay" to have a career path in restaurants (it's more accepted now, but it wasn't always the case...).


KANA’s Visit to Noreetuh 

The name is Asian, but the establishment embraces the spirit of Ohana. This unique restaurant blends in themes from both Asia and Hawaii. The menu has the familiarity of Asian cuisine yet captures one’s curiosity of what’s to come. We ordered dishes that included diverse ingredients with unconventional combinations (e.g., Galbi Musubi, Surf and Turf Skewers, Brûléed Hawaiian Pineapple, etc.). Not only was the food delicious, but the presentation was also pleasant with plates embossed with flowers. Indeed, both food and plating were honest to the homage of Hawaii. True to the Korean translation of the restaurant’s name, the place felt as if serving playful casual food with the taste of fine dining. Visitors should take advantage of the polaroid available to memorialize their experience and place it on the walls among others, who are most assuredly returning customers. 

Team Members: Brian Jin Kim, Hyewon Kim, Sieun Lee, Siwon Lee, Hyun Suk Oh, Hee Joo Suh, Yunjung Lim


Noreetuh (128 1st Ave, New York, NY)

Website: www.noreetuh.com
Instagram: @noreetuh
Facebook: /noreet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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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KANA

IMDB: 7.5/10 | Rotten Tomatoes 92%

*이 글은 영화의 러닝타임 15분 정도의 이야기만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시점까지의 스포일러는 포함되어 있지만, 핵심적인 스포일러는 미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은 영화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영화가 됩니다. 열 사람이 보면 열 개의 다른 영화가 태어나죠. 모든 예술이 그렇듯 영화도 그러합니다. 그게 예술의 위대한 점이겠죠.

저도 영화를 볼 때 저만의 관점이 있습니다. 누가 옳은 건 없습니다. 애초에 답은 없으니까요. 다르단 건 오히려 좋은 겁니다. 모두가 영화를 보고 똑같이 생각한다면 얼마나 지루한 세상일까요. 그래서 제 생각을 먼저 밝히고 소통하려 합니다.

영화를 감상하는 방법 역시 여럿입니다. 제가 해보려는 것은 영화를 ‘읽는’ 것입니다. 한 씬은 눈깜짝할 사이 지나가지만, 각 장면은 감독의 고심 끝에 나온 결과입니다. 찰나에 지나가는 씬을 음미하면, 감독의 생각이 보입니다. 저는 이렇게 영화를 ‘읽어 보려’ 합니다

다섯 번째 작품으로는 <프란시스 하>를 골랐습니다. 이 영화는 아마 카나에서 영화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분명한 재현이가 추천해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좋은 영화를 추천해 준 재현에게 감사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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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추천 받은 순간 정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감독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 노아 바움백은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뉴욕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 대표적인 감독입니다. 최근 작인 <매리지 스토리>에서도 뉴욕 남자와 서부에서 온 여자의 결혼 이야기를 다뤘죠. 비록 넷플릭스를 겨냥하여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가장 먼저 공개된 곳은 뉴욕 필름 페스티벌이었습니다. 저도 거기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었는데, 저의 영화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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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다른 작품인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역시 뉴욕이 배경입니다. 주인공이 맨하탄에 있는 Barnard 대학의 학생으로 나오죠.

영화에 버나드 대학의 남매 학교인 컬럼비아 대학도 살짝 나오는데, 스크린에서 보니 굉장히 반갑더군요. 예고편에도 나오는 밑의 순간입니다.

뉴욕을 대표하는 또다른 감독이라면 역시 일전에 <맨하탄>에서 소개 드린 우디 앨런이 가장 유명할 것 같습니다. 한 명만 더 언급해보자면 스파이크 리가 있습니다.

그의 출세작인 <Do the Right Thing>에서 브루클린의 흑인들의 삶을 다룬 적이 있죠. 뉴욕 닉스의 유명한 광팬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예고편을 먼저 붙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흑백 영화라는 점입니다. 공교롭게도 소개해드린 다른 뉴욕 배경의 영화 <맨하탄> 역시 흑백이었네요. 건조한 흑백 영화가 시크한 뉴요커를 다루는데 있어서 좋은 형식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위 장면은 영화의 첫 장면입니다. 공원 같은 곳에서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습니다. 왼쪽은 우리의 주인공인 프란시스입니다. 이 영화 제목 <프란시스 하>는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다만, 성이 ‘Ha’는 아닙니다. 왜 풀네임 대신 ‘Ha’ 라고만 제목에 걸리게 된지는 영화를 보면 알게 됩니다.

주인공 이름을 영화의 제목으로 내건 영화가 여럿 있습니다. <The life of David Gale> 같은 영화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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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름을 넣는 이유는 그들의 삶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요체이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게일이 영화에서 하는 행동은 이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옥자> 역시 주인공 중 한 명의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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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는 이 영화가 지키고자 하는 것 자체입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창조된 옥자가 희생당하는 것을 다른 인간들이 막으려 한다는 것이 <옥자>의 내용이니까요.

<프란시스 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라는 캐릭터 자체가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입니다. 그럼 그녀가 어떻길래 영화로 만들 정도일까요?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가 보죠.

주인공과 마주보고 있는 사람은 그녀의 소울 메이트인 소피입니다. 현 룸메이트이기도 하죠. 둘은 함께 공원에서의 한 때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들의 폼이 심상치 않죠? 그들은 “가짜 싸움”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가짜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가격이 있기도 합니다. 꽤 심각하죠. 지나가는 사람이 이들을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마 희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뉴욕엔 별별 사람이 다 있어서 조금만 이상한 모습이 보이면, 또 그런 별종인가 보다 쉽게 생각하죠. 이들 역시 누군가의 눈엔 ‘별종’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곧 알게 됩니다. 비록 남들은 “가짜 싸움”의 재미를 모르지만, 둘 만큼은 누구보다도 재미있게 놀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비록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해를 받지는 못하지만 둘만큼은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이해해주는 친구입니다. 말도 잘 통하고 농담도 딱딱 들어맞죠. 소피는 프란시스의 진정한 소울 메이트입니다.

프란시스를 연기한 배우는 그레타 거윅입니다

그녀는 감독 노아 바움백과 실제 오랜 연인 사이입니다. 얼마 전에 둘 사이에 아이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둘은 연인일 뿐 아니라 오랜 협업을 이어오고 있기도 하죠. 이 작품에서도 감독은 노아 바움백이지만, 각본은 둘이 공동집필하였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실제 그레타 거윅의 삶과 닮아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예를 들어, 주인공인 프란시스와 그레타 거윅은 모두 고향이 세크라멘토입니다. 실제 그레타의 부모님이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부모님으로 깜짝 출연하기도 하죠.

이렇게 노아의 영화에 각본가 및 배우로 참여하던 그레타는 얼마 전부터는 본인이 직접 감독으로 연출 중입니다. 첫 작품인 <레이디 버드> 이후, 작년에는 <작은 아씨들>도 만들었죠. 두 작품 모두 참 좋은 작품입니다.

이제는 노아 바움백의 그늘에서 벗어나 어엿한 주목할만한 감독의 반열에 오른 그레타 거윅입니다. 작년에 그레타 거윅이 오스카 감독 후보에 오르지 못했을 때, 여성 감독이 후보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꽤 이슈가 되었습니다. 모두 그레타가 후보에 오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로 그녀의 연출은 좋았습니다.

<프란시스 하>는 두 사람의 협업의 원전 같은 작품입니다. 이후 <미스트리스 아메리카>를 통해 둘의 협업은 한 번 더 지속됩니다. 2012년 작인 <프란시스 하>는 당시 노아 바움백의 뮤즈라 불리던 시절의 그레타 거윅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 보죠. 영화는 “가짜 싸움”에서 시작해 한참을 프란시스와 소피가 노는 장면을 2분 가까이 보여줍니다. 그리고 제목이 뜹니다

제목이 지나가면 씬이 바뀌어 있습니다. 카메라는 프란시스와 그의 남자친구를 비추고 있습니다.

(source: http://blog.naver.com/cinemaplus/220054745336)

(source: http://blog.naver.com/cinemaplus/220054745336)

남자친구는 프란시스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란시스는 소울메이트인 소피와 함께 살고 있고, 아마 계약 연장을 하게 될 것 같아 이 제안을 거절합니다. 사실 이 연인의 관계는 이미 좋지 않아 보입니다.

남자친구와 있지만 걸려온 소피의 전화를 받아야 하죠. 화가 난 남자친구의 표정이 볼 만하죠?

그리고 프란시스가 남자친구의 제안을 거절한 순간, 둘을 한 화면에 잡고 있던 영화는 갑자기 두 사람을 분절적으로 다루기 시작합니다.

기존에는 누가 이야기하던 간에 두 사람을 모두 한 화면에 같이 넣던 영화가 이제는 화자에 따라서 그 사람 한 명만 화면에 보여주죠.

그리고 둘의 사이가 더 나빠지면서, 이제는 아예

타이트하게 인물을 잡던 카메라는 인물에게서 멀어지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이별을 고하고 맙니다.

그런 그녀에게 남은 것은 소피죠.

그녀는 여전히 소피와 함께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것을 영화는 위의 장면으로 보여주죠. 영화는 이렇게 소피가 머무르는 곳을 자막으로 인서트하여 이를 마치 소제목처럼 활용합니다. 일전에 <헤이트풀 에이트>에서 타란티노가 챕터를 나눈 것을 보여드린 적이 있는데, 이 영화는 주소를 챕터를 나누는 방식으로 활용하죠. 말이 되는 방식이라 봅니다. 저도 생각해보면 제가 어디에 살았던지에 따라 제 삶의 챕터를 나눌 수 있어 보입니다. 경주, 관악사, 녹두, 낙성대, 문정, 가락, 그리고 뉴욕. 각각 시간의 테마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 역시 부동산이 중요한 뉴욕 답게 멋진 방식으로 챕터는 나눕니다. 프란시스는 현재 소피와 머물고 있습니다.

소피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이 아저씨입니다. 그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능력있는 남자이긴 하지만 소피와 프란시스 모두 알고 있습니다. 물흐르듯 농담이 잘 통하는 소피와 프란시스 대비, 소피의 남자친구와 소피는 자연스러운 사이는 아니라는 걸 말이죠. 하지만 소피는 개의치 않습니다. 그는 착하고 능력도 있죠. 그거면 그녀에게는 충분해 보입니다.

이 영화는 분명 프란시스에 대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소피는 프란시스의 거울과 같은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둘은 굉장히 닮아 있지만, 그들이 삶에서 하는 선택은 매우 다릅니다. 프란시스가 공중에 붕붕 떠있는 사람이라면

소피는 땅에 발을 단단히 붙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죠.

혹자는 프란시스는 허황되고 소피는 현실적이라고 할 지 모릅니다. 객관적인 눈으로 본다면, 분명 소피가 더 행복한 삶을 살 확률이 높아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연 영화가 비슷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는 좀 더 살펴 봅시다. 결국 이 영화는 프란시스라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가 화두이니까요.

다음 씬에서 우리는 프란시스의 직업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댄서입니다.

하지만 일이 많지 않죠. 전형적인 배고픈 예술가입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재능이 그리 많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재정적으로 매우 빈곤합니다.

발레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일이 있다 없다 합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쇼에서 엑스트라 무용수 자리라도 간절히 바라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네요. 사랑도 일도 잘 풀리지 않던 와중 예상치 못한 말을 듣게 됩니다.

바로 소피가 이사를 하려 한다는 것이었죠. 당연히 소피와 같이 계약 연장을 할 걸로 생각했던 프란시스는 벙집니다. 그것때문에 화근이 되어 남자친구와도 헤어졌던 그녀란 말이죠. 하지만 소피는 남의 속도 모르고 트라이베카에 집을 마련한 다른 친구 집으로 쌩하고 가버립니다. 다시 못 올 기회이기 때문이죠. 둘이 달라지는 지점입니다. 나이브한 프란시스가 지레짐작하던 부분이 화근이 된 셈이죠. 반대로 소피는 현실적입니다. 더 좋은 기회가 있으면, 친구와 헤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기회를 잡습니다. 불쌍하게 남겨진 것은 소피입니다. 혼자서 렌트를 내기엔 턱없이 모자란 그녀의 주머니 사정은 그녀를 기로에 서게 만듭니다.

과연 그녀는 이 험난한 뉴욕의 삶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요? 꼭 헤쳐 나가는 것만이 능사일까요? 아마도 영화는 위기를 극복하는 자기계발 식의 성장 이야기는 아니어 보입니다. 하지만 성장이 아니라면 이 영화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프란시스의 풀네임이 아닌 ‘프란시스 하’에서 짤리는 이름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요?

“가장 보통의 뉴욕에서 만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프란시스 하>였습니다.

Writer: Seil Kim I 김세일 <seil88.kana@gmail.com>

Posted
AuthorKANA

IMDB: 7.8/10 | Rotten Tomatoes 91%

*이 글은 영화의 러닝타임 17분 정도의 이야기만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시점까지의 스포일러는 포함되어 있지만, 핵심적인 스포일러는 미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은 영화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영화가 됩니다. 열 사람이 보면 열 개의 다른 영화가 태어나죠. 모든 예술이 그렇듯 영화도 그러합니다. 그게 예술의 위대한 점이겠죠.

저도 영화를 볼 때 저만의 관점이 있습니다. 누가 옳은 건 없습니다. 애초에 답은 없으니까요. 다르단 건 오히려 좋은 겁니다. 모두가 영화를 보고 똑같이 생각한다면 얼마나 지루한 세상일까요. 그래서 제 생각을 먼저 밝히고 소통하려 합니다.

영화를 감상하는 방법 역시 여럿입니다. 제가 해보려는 것은 영화를 ‘읽는’ 것입니다. 한 씬은 눈깜짝할 사이 지나가지만, 각 장면은 감독의 고심 끝에 나온 결과입니다. 찰나에 지나가는 씬을 음미하면, 감독의 생각이 보입니다. 저는 이렇게 영화를 ‘읽어 보려’ 합니다

네 번째 작품으로는 <미스 리틀 선샤인>을 골랐습니다. 리뷰를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제목에 대해 사소한 것 하나만 짚고 가려 합니다.

위는 이 영화의 영어 포스터입니다. 그리고…

위는 한국 포스터입니다.

두 포스터 모두,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면서도 가장 뭉클한 장면이 어느 한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도대체 어떤 장면인지, 왜 이 장면이 영화에서 중요한 지도 알 수 없죠. 두 포스터는 언뜻 보기엔 완전히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가 다릅니다. 눈치채셨나요?

원작의 제목은 <Little Miss Sunshine>인데, 한국의 번역된 제목은 ‘미스 리틀 선샤인’입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한국으로 영화를 들여올 때 어순을 바꿨네요. 추측으로는 이야기가 미인 대회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보니, 이를 강조하기 위해 ‘미스’를 앞으로 돌린 것이 아닌가 싶네요. 포스팅 안에서 제가 어순이 헷갈린다고 해도 너무 박하게 바라보지 말아 주세요 ^^

이런 식으로 한국으로 수입 배급하면서 이름이 변경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한국 관객들에게 친숙하지 않거나 직역이 쉽지 않은 이유에서죠.

예를 들어, 스웨덴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신비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Let The Right One In>은

<렛미인>으로 줄여서 개봉하였습니다. 물론 스웨덴 영화라 <Let The Right One In>이라는 제목 자체도 영어로 번역한 것이지만요.

<겨울왕국>의 원제는 <Frozen>입니다. 이 영화의 핵심 고객층이 어린이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 경우엔 원제보다도 한국 제목이 더 멋진 경우로 보입니다. 제목 번역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영화의 첫 인상이 완벽히 달라집니다.

번역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진정한 선생님을 떠올릴 때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키팅 선생님이 나오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사실 오역입니다.

영화 제목 'Dead poets society'를 '죽은 시인의 사회'로 한 번역이 오역이라는 논란도 있다. society가 '사회'라는 의미외에도 '협회'라는 뜻도 있으므로 제대로 하자면 '고(故) 시인 연구협회' 정도라는 것이다. 일부는 '시인이 죽은 사회'로 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즉 '문학정신이 죽은 사회'를 비유한 것이라는 것. 다 일리가 있지만 society를 '협회'가 아닌 '사회'로 번역한 것은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하건대 탁월한(?) 오역인 것 같다.
(source: 2020년 2월 12일, 아시아경제, [윤승용칼럼]죽은 시인의 사회? 시인이 죽은 사회?)

오역이긴 하지만, <죽은 시인의 사회> 라는 말이 뭔가 이해가 안 되어서 더 있어 보이는 훌륭한 제목이 된 것 같네요. <죽은 시인 연구 협회> 보다는요.

오늘도 말이 길어지네요 ㅎㅎ 그럼 제목은 이 정도 하시고 다시 오늘의 영화로 돌아가시죠.

포스터를 보면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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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를 보시면 선댄스 영화제 이야기가 두 번이나 나오죠. 많은 분들이 아시듯 선댄스 영화제는 가장 규모가 큰 인디 영화제입니다. 많은 영화들과 신진 감독들이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주목 받았죠. 영화제의 이름이 선댄스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영화제를 만든 사람때문입니다. 이 영화제를 만든 사람 중 한 사람은 스타 배우인 로버트 레드포드입니다. 당시 그의 가장 유명한 캐릭터 중 하나는 <내일을 향해 쏴라>의 ‘선댄스 키드’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의 원제인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도 한국 제목과 전혀 상관이 없네요. 원제가 캐릭터 제목이다 보니,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부적절했다고 본 것 같습니다.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많은 감독이 발굴되었습니다. 그 중 아마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쿠엔틴 타란티노이겠죠. 타란티노 외에도 아래의 감독들이 선댄스를 통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제는 89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가 선댄스에서 상영된 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타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후 92년에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저수지의 개들>로 주목 받았으며 로베르트 로드리게즈, 리차드 링클레이터, 브라이언 싱어 등이 선댄스를 통해 빛을 본 감독들이다.
(source: 2001년 1월 25일, 동아일보, [해외영화계 뉴스]독립 영화의 축제, 선댄스 영화제란?)

<리틀 미스 선샤인> 역시 작은 인디 영화였지만, 선댄스를 통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 영화의 공동 감독인 두 사람은 여전히 협업을 계속해나가면서 주류 영화에서 활약하고 있죠. 이 작품 이후 두 사람의 작품으로는

2012년 작 <루비 스팍스>와 2017년 작 <배틀 오브 섹시스 | 한국 제목은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이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기꺼이 추천 드릴 수 있는 작품입니다.

짧게 설명 드리면, <루비 스팍스>는 새로운 작품을 쓰고 있지 못하는 작가가 본인의 새로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이 실제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리틀 미스 선샤인>에도 나오는 폴 다노가 나오며, 그의 실제 연인인 조 카잔과 연인 사이로 나옵니다. 조 카잔은 해당 영화의 각본을 직접 쓰기도 하였습니다.

<배틀 오브 섹시스>는 실제 인물인 테니스 선수 빌리 진 킹의 성대결을 다룹니다. 당시 <라라랜드> 이후 연기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던 엠마 스톤이 연기한 빌리 진 킹 캐릭터 뿐 아니라 남성 상대편이었던 바비 릭스의 캐릭터 역시 상당히 심도 깊게 다뤘습니다. 바비 릭스를 연기한 스티브 카렐의 연기야 두 말 하면 입 아픕니다. 곧 또 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차후에 그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하게 하겠습니다.

두 작품 모두 볼만한 작품이지만, 역시 두 감독의 대표작은 이 작품 <리틀 미스 선샤인>일 것입니다. 두 작품의 주연 배우 중 일부를 이 영화에서 만나기도 했네요. 그러면 본격적으로 작품으로 들어가 볼까요?

먼저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예고편을 먼저 붙입니다.

(Source: https://www.youtube.com/watch?v=wvwVkllXT80)

예고편에 나오는 첫 장면은 실제 영화에서의 첫 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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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은 눈을 크게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죠. 눈만 보아도 얼마나 지금 보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지, 얼마나 선망하는지가 잘 느껴지네요. 안경에 보고 있는 것이 언뜻 비치기도 하네요. 과연 무엇일까요?

미스 아메리카를 뽑는 미인대회입니다. 왼쪽 상단에 보이는 표시로 보아 녹화를 해둔 것 같네요. 녹화를 해서 볼 정도이면 얼마나 이 영상에 관심이 많은지가 벌써 보이죠.

이 장면은 명백한 시점샷입니다. 티비를 보고 있는 눈을 먼저 찍은 다음, 그 눈이 보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는 식으로 하여 눈의 주인공이 티비를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식이죠.

 다음 샷에서는 카메라가 좀 더 멀어지면서 상반신 전체가 보이는 미디엄샷으로 바뀝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 눈의 주인공이 어린 여자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알록달록한 옷과 여자 아이의 포즈만 보아도 이 여자 아이가 얼마나 미인 대회를 동경하고 있는지가 보이죠. 조금은 이상하게 보이는 창문은 조명과 같은 효과를 주면서 활짝 핀 여자 아이를 비춰 줍니다. 마치 방금 우승한 미스 아메리카처럼 빛이 나죠. 이와 같은 조명 효과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창문일 겁니다.

여자 아이의 이름은 올리브입니다. 이 아이를 연기한 아역 배우는 아비가일 브레슬린 입니다. 벌써 14년이 지난 지금 이 아이를 훌쩍 자라 청년 배우가 되었습니다. 최근 작품으로는 <좀비랜드: 더블 탭>입니다.

많이 컸죠? ㅎㅎ

저번에 인상적인 아역 배우로 <피아노>의 안나 파퀸을 소개 시켜 드렸는데, 아비가일 브레슬린이 나온 김에 최근 나온 영화 중 아역 배우가 인상적이었던 영화를 하나만 더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바로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나온 브룩클린 프린스입니다.

너무 좋아하는 작품인 해당 작품에 대한 소개는 뒤로 미루더라도 이 아역 배우의 유명한 수상 소감 하나만 보여 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최고 아역 배우 상을 수상한 그녀는 깜찍한 수상 소감을 남깁니다. 벅찬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그녀는 마지막에 같이 후보에 오른 다른 배우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이렇게 말하죠. “존경하는 후보님들 이거 끝나고 같이 아이스크림 먹으로 가요”

다시 영화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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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올리브와 미스 아메리카를 겹치는 순간, 배경으로 나레이션이 흐릅니다. 나레이션은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두 종류로 세상의 사람이 나뉜다고 하죠. 굉장한 흑백 논리를 기반으로 한 이 나레이션은 마치 자기 계발서에 나올 만한 이야기를 계속 합니다.

장면이 바뀌면 정장 차림의 남자가 나옵니다. 뭔가 멋있는 말을 늘어 놓는 남자의 연설이 끝나자..

정작 교실에는 수강생이 몇 명이 없네요. 본인이 주창하는 이론만큼 위너는 아닌가 봅니다.

다음 우리가 소개 받을 사람은 열심히 운동 중인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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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년을 연기한 배우는 폴 다노입니다. 이 영화를 보시다 보면 굉장히 좋은 배우들이 한데 나온 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폴 다노 역시 그 중 한 명이죠. 워낙 많은 출연작이 있는 배우이고 기억 나는 캐릭터도 많지만 가장 먼저 생각 나는 두 작품만 소개해보면,

비틀즈와 동시대에 경쟁했던 그룹인 ‘비치 보이스’의 중심이자 ‘서핑 USA’ 와 같은 명곡을 창작해 낸 브라이언 윌슨의 삶을 다룬 <러브 & 머시> 에서 나이든 브라이언을 연기한 존 쿠삭과 함께 젊은 브라이언을 2인 1역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직전 작품인 <옥자>에서

동물 보호 연합(?)의 제이를 맡았었죠.

이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에서는 중2병스러운 젊은 날의 폴 다노를 보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인물 소개가 계속되네요. 다음 장면은 누군가의 손이 클로즈업하여 보여지는데, 그 손은 마약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가 살짝 뒤로 가면 나오는 사람은…

의외로 노년의 할아버지네요. 목걸이에 간편한 티를 입은 모습이 뭔가 히피 같은 모습이죠? 이 배우는 알란 알킨입니다. 이 영화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할아버지 캐릭터를 보여주는 그는 이 영화로 본인의 (적어도 지금까지는) 유일한 오스카를 탑니다. 본 배우는 벤 에플렉의 <아르고>에서도 존 굿맨과 짝을 이루어 흥미로운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리틀 미스 선샤인>은 총 4개의 오스카 후보에 올라 2개의 오스카를 탔습니다. 당시 크게 알려지지않았던 감독의 비교적 작은 영화가 거둔 성적으로는 상당한 성적이죠. 알란 알킨의 남우조연상 외에도 각본상을 탔습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얼마나 좋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죠. 이외에도 작품상과 방금 언급드렸던 여성 아역 배우 아비가일 브레슬린이 여우 조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참고로 작품상은 그 해 가장 좋은 작품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가장 최근에는 <기생충>이 탔죠.

또다른 인물 소개입니다. 이 영화는 이렇게 초반에 인물을 별다른 개연성 없이 쭉 소개시켜 주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인물들이 나중에 어떻게 엮어지는지는 인물 소개가 끝나면 바로 알게 되죠.

이번에는 차를 운전하는 중년의 여성입니다. 이번에도 인물보다 물체가 먼저 나오는데, 관객이 보게 되는 물체는 담배입니다. 통화 중인 그녀는 수화기 반대편에서 지금 담배 피냐고 묻자 태연하게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죠. 통화를 통해 우리는 그녀가 병원으로 가는 중임을 알게 됩니다.

갈 길이 바쁘지만 이번에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배우네요.

토니 콜렛입니다. 최근에 <유전>이라는 공포 영화에서 가공할만한 연기를 보여준 적 있죠. <식스 센스>에서 주인공 꼬마의 엄마로도 나왔습니다.

<유전>은 포스터만 보아도 무시무시하네요… 후덜덜…

자 이제 마지막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ㅎㅎㅎ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인물은 병원에 갇혀 있는 중년의 남자입니다.

이 남자가 나오는 첫 씬입니다. 순간을 캡쳐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죠. 인생에서 가장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얼굴을 하고 있네요. 매번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는 스티브 카렐이 이 영화에서도 시작하자마자 좌중을 휘어 잡습니다.

커리어 초반 그는 코믹 연기 전문 배우처럼 보였습니다.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죠. 이런 연기를 하던 배우가 지금의 위대한 연기자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2010년대의 그는 굉장하거든요. 몇 작품만 이야기해보면,

<빅 쇼트>에서 월스트리트 투자자 마크 바움 역과

<폭스 캐쳐>의 재벌 존 듀폰 역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가 오스카 후보에 오른 작품은 이 작품이 유일합니다만, 그가 언젠가 오스카를 타는 날이 꼭 있으리라 믿습니다. 중간에 있는 그가 그 전 사진들과 달라 보인다면 그건 실제 인물인 존 듀폰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코를 높이는 분장을 했기 때문입니다.

<리틀 미스 선샤인>까지 합쳐 3개 영화에서 그는 비슷한 듯 하지만 뚜렷하게 다른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지금이라도 세 명의 캐릭터를 설명하라면, 확실히 구분이 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스티브 카렐의 캐릭터를 빚어내는 힘은 굉장합니다.

자 이제 등장인물들은 모두 나왔습니다. 그 다음 영화가 할 일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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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제목을 띄웁니다. 이제 인물 소개가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겠다는 신호 같은 것이겠지요. 영화가 제목을 보여주는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영화는 이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이 장면만 따로 만드는 사람을 고용하기도 하지요. 대표적으로 히치콕 영화들이 그랬습니다. 또 어떤 영화는 제목을 아예 보여주지 않기도 합니다. <아이리쉬 맨> 같은 영화가 그렇지요. 마틴 스콜세지의 가장 최근작인 <아이리쉬 맨>에서는 타이틀이 끝까지 나오지 않습니다. 원래 감독이 하고 싶었던 제목은 원작 책인데, 책 제목이 영화와 어울리지 않아 결국 <아이리쉬 맨>으로 바뀐 것을 못내 맘에 들어하지 않아 감독이 소심한 복수로 제목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썰이 있습니다 ^^;;

이처럼 영화 제목을 보여주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이만으로도 예술이 되지요. 일례로 제가 애정해 마지 않는 유투브 채널 왓치 모조에서는 “Top 10 Opening Credit Sequences in Movies” 이라는 영상을 따로 만든 적이 있습니다. 관심이 가시는 분은 보셔도 좋습니다.

(source: https://www.youtube.com/watch?v=RKlQ0XrLSYU)

병원에서 드디어 처음으로 인물들 간에 조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샷을 보시면 남자를 의도적으로 구석으로 몰아 넣었죠. 우리는 두 사람이 남매 관계이고, 남자가 얼마 전 자살 시도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까 세상을 잃은 표정을 하고 있던 것이 과장이 아니었네요. 여자는 오빠를 집으로 데려 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집에서…

지금까지 소개되었던 모든 인물이 한데 모이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알고 보니 그들은 가족이었네요. 그들은 저녁을 먹습니다.

저녁은 총 6명이 네모 탁자에 둘러 앉아 먹습니다. 7분 가량 지속되는 저녁 식사 씬을 통해 관객은 이 가족이 얼마나 많은 갈등을 가지고 있는 지를 알게 되죠. 갈등은 단순하지 않고, 누가 누구와 이야기하냐에 따라 다른 갈등의 양상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카메라는 이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구도와 장면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많은 수고가 들어간 씬이죠.

먼저 전체를 보여주는 마스터 샷이 나옵니다. 가족은 친할아버지 – 아버지/어머니 – 외삼촌 – 아들/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장자리에 마주 보고 있고, 할아버지와 손녀가 한쪽, 외삼촌과 조카가 다른 한 쪽입니다. 극 중에서도 실제로 친할아버지와 손녀가 매우 가깝고 외삼촌과 조카가 잘 통하죠. 마스터 샷 이후에는 갈등 양상에 따라 다른 구도의 샷이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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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마주보고 앉아 있는 부부입니다. 남편인 리차드의 오버더숄더 샷으로 찍혀 있는 이 장면을 보면 우리는 둘이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외삼촌과 아빠 사이의 샷도 있습니다. 삶에서 승자와 패자만 있다고 믿는 아버지는 자살을 시도한 외삼촌을 루저로 보고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줄까 경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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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들과도 갈등이 있습니다. 자신의 철학을 철저히 아들의 양육에 적용하고 있거든요. 아들은 그에 대해 무시와 반항의 중간 정도의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 측면에서 둘은 통하는 바가 있죠. 새로운 관계가 형성됩니다.

서로를 잘 모르는 친할아버지와 외삼촌 간에도 갈등이 있습니다. 친할아버지는 외삼촌이 게이라는 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습니다. (스크린 좌측에 할아버지의 옆얼굴이 보일랑 말랑 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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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샷인 어머니와 딸입니다. 올리브는 이 가족에서 유일하게 누구와도 갈등이 없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모두 올리브를 사랑하고 좋은 길로 인도하려 하죠. 그렇기 때문에 흰 도화지와 같은 올리브가 누구에게 더 영향을 많이 받아 어떻게 자랄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엄마와 딸의 대화를 들어보면, 얼마 전에 올리브는 어린이 미인 대회에서 2등을 했습니다. 그 후 올리브는 매일 미인 대회 연습을 계속하고 있었구요. 그 때 미인 대회와 관련된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올리브는 전화기로 달립니다.

그리고 자동 응답기에서 알게 된 사실은…

이 장면만 보아도 올리브가 얼마나 큰 전율을 느끼고 있는지가 잘 보이죠. 어떻게 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세상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이를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죠. 문제 많은 이 가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이상적인 가족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지만, 올리브를 모두 사랑하기에 올리브를 위해 주 대회로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바로 이 차로 말이죠. 포스터에도 나오는 이 차는 가족의 사정을 잘 보여줍니다. 문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낡은 차를 운전할 수 밖에 없을만큼 경제적으로나 심정적으로 가난한 상황이죠.

딱 봐도 좁아 보이죠? ^^;;

그리하여 먼 길을 떠나게 된 가족. 이 시점부터 영화는 명백한 로드 무비의 형태를 따릅니다. 로드 무비란 주인공들이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여행길에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느껴 여행이 끝났을 때 어딘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형태를 취하죠.

대표적으로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가 그렇습니다.

이외에 한 작품만 더 거론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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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복권 당첨금을 타러 가는 부자의 이야기인 <네브라스카>도 참 좋은 로드 무비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강추 드립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영화에서는 미인대회로 가는 여정을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를 겪으며 주인공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요? 그리고 이를 보는 우리 관객은 어떤 것을 느끼게 될까요?

그들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나건, 그들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챙겨주며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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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Writer: Seil Kim I 김세일 <seil88.ka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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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KANA

IMDB: 7.9/10 | Rotten Tomatoes 95%

*이 글은 영화의 러닝타임 23분 정도의 이야기만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시점까지의 스포일러는 포함되어 있지만, 핵심적인 스포일러는 미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은 영화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영화가 됩니다. 열 사람이 보면 열 개의 다른 영화가 태어나죠. 모든 예술이 그렇듯 영화도 그러합니다. 그게 예술의 위대한 점이겠죠.

저도 영화를 볼 때 저만의 관점이 있습니다. 누가 옳은 건 없습니다. 애초에 답은 없으니까요. 다르단 건 오히려 좋은 겁니다. 모두가 영화를 보고 똑같이 생각한다면 얼마나 지루한 세상일까요. 그래서 제 생각을 먼저 밝히고 소통하려 합니다.

영화를 감상하는 방법 역시 여럿입니다. 제가 해보려는 것은 영화를 ‘읽는’ 것입니다. 한 씬은 눈깜짝할 사이 지나가지만, 각 장면은 감독의 고심 끝에 나온 결과입니다. 찰나에 지나가는 씬을 음미하면, 감독의 생각이 보입니다. 저는 이렇게 영화를 ‘읽어 보려’ 합니다


세 번째 작품으로는 우디 앨런 감독의 1979년도 작 <맨하탄>을 골랐습니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KANA로서 맨하탄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작품을 읽어보는 것이 의미있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외출도 못하는 답답함을 영화 속에서라도 마음껏 맨하탄 이 곳 저 곳을 활보하시며 풀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추천해주신 진우 회원님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드립니다.

지역을 제목에 포함한 영화가 많습니다. 우디 앨런 감독만 해도 기존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다 이제는 전 세계 주요 명소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죠. 각 영화에는 각 도시의 멋진 풍경이 스크린에 담겨 있어,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멋진 영화적 경험이 됩니다. 우디 앨런 감독의 지역 기반 작품을 몇 개만 언급해보면,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한 <Vicky Cristina Barcelona>, (이 작품에는 실제 부부인 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가 부부를 연기합니다. 부부 사이에 끼어든 스칼렛 요한슨도 보게 되죠)

파리를 배경으로 한 <Midnight in Paris>, (포스터 배경에 고흐의 그림이 나오니 두 번째로 다뤘던 <러빙 빈센트>가 생각나서 반갑네요 ㅎㅎ)

로마를 배경으로 한 <To Rome with Love>가 있습니다.

 

이 중 우디 앨런의 대표작을 뽑으라면 역시나 <맨하탄>이겠죠. 이 영화는 기존 스탠드업 코미디언 혹은 <돈을 갖고 튀어라 / Take the Money and Run> 와 같은 코미디 영화 감독으로만 알고 있던 우디 앨런을 본격 예술 영화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한 소위 출세작입니다.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 한국 영화도 지명을 제목에 넣은 작품이 더러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마도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겠죠. (Shout out to 진우!) 밀양은 지역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secret sunshine 이라는 뜻조차 의미심장합니다. 방금 찾아본 <밀양>의 포스터가 참 좋네요. 비가 온 뒤 송강호 배우가 마치 짝사랑을 하듯 전도연 배우를 뒤에서 쳐다 보는 샷인데, 시선의 방향이 전도연 배우는 햇살(햇살은 희망일 수도, 종교일 수도 혹은 사랑일 수도 있죠)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반면, 송강호 배우가 전도연 배우의 등을 보고 있네요. 게다가 우산을 들고 있는 걸 봐선 한참 전 비 맞을 그녀를 생각하고는 뛰어 왔을 것만 같네요. 영화에서 전도연 배우와 송강호 배우의 캐릭터를 생각하면 더 의미심장한 구도입니다.

그리고 박찬옥 감독의 <파주> 역시 있습니다.

영화가 장소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장소가 가지는 상징성이 있겠죠. <파주>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파주는 안개의 도시로 유명하죠. 안개라는 것이 스토리와 조응하는 부분이 있을 뿐더러, 실제로 영화 초반에 안개를 의미심장하게 다루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해당 지역이 가지는 느낌은 영화의 의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쓰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소개 작품의 배경인 맨하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맨하탄은 뉴욕의 코어와도 같은 곳입니다. 뉴욕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도시를 뽑는다면 가장 뽑힐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죠. 저는 ‘뉴요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얼마나 이 도시가 다르다 생각했으면 도시에 사는 사람을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따로 있을 정도일까 생각을 했었더랬죠. 한국의 어떤 도시도 이런 곳이 따로 있진 않아 보입니다. 전 세계로 보아도 파리지앵 정도가 생각이 날 뿐이죠. 그정도로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특별하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뉴요커는 스스로를 무엇이 다르다 생각할까요?

 

맨하탄 거리를 나가보면, 우선 그들은 급합니다. 항상 바빠 보이고, 말도 빠르고 심지어 걸음도 빠릅니다. 도시는 항상 무엇인가가 일어나기 때문이죠. 또한 그들은 똑똑합니다. 적어도 똑똑해 보입니다. 세상의 중심에 있다 믿는 그들은 대화 주제가 예술이건 비즈니스건 일반적인 세상사이건 간에 관심이 많죠. 많이 알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지식을 자랑해야 합니다. 어쩌면 할 말이 많기 때문에 말이 빠른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맨하탄은 또한 기회의 도시입니다. 이는 커리어나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네트워킹이나 남녀상열지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넘쳐나는 사람은 넘쳐나는 데이트 기회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기회가 많다는 건 당연하게도 많은 사건 사고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만사에 관심 많은 청중을 대상으로 기회를 포착한 사람은 가십을 이용해 유명세와 부를 얻습니다. 미드 <가십걸>이 괜히 맨하탄을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니겠죠.

 

잠시 떠올려도 맨하탄의 특이점이 술술 나옵니다. 이와 같은 맨하탄의 특이사항이 이 영화엔 얼마나 담겨 있을까요? 지명을 딴 이유가 영화의 주제를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제 생각이 맞다면, 방금 거론한 사항들이 영화에 드러나기 마련일 겁니다. 한 번 주의깊게 살펴보시죠.

 

영화가 시작되면 바로 눈에 띄는 것은 영화가 흑백영화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가 이미 만들어진지 40년이 지난 옛날 영화이긴 하지만, 이 영화가 만들어진 1979년엔 이미 흑백영화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은지 오래였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흑백영화를 만들었다면 이유가 있겠죠. 이 영화는 그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흑백 영화로서 가장 최근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작품은 <아티스트> 인데,

이 영화가 흑백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명확합니다. 배경 자체가 과거 할리우드이기도 하고, 영화의 내용 역시도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는 등 과거의 영화와 현재의 영화가 충돌하는 이야기죠.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유산인 흑백영화 (거기에다 화면 사이즈 역시 좀 더 정사각형에 가까운 비율) 를 가져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사고의 흐름일 것입니다. 하지만 <맨하탄>은 <아티스트> 만큼 자명한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제 생각엔 감독은 이 영화를 생기 발랄한 영화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보통의 뉴요커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주인공 역시 매우 시니컬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사에서는 신랄하거나 혹은 무미건조한 빈정이 넘쳐나죠. 화면 역시 흑백으로 만듦으로써 시각적인 표현 역시 무미건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감독님 덕분에 안 그래도 건조한 문체의 이 포스팅 역시도 더 딱딱헤 보이겠군요…)

 

이제 인물로 넘어가보죠. 주인공입니다.

우디 앨런 감독이 스스로 연기했습니다. 우디 앨런은 연출을 하면서도 종종 자신의 작품에 등장합니다. 사실 왜소하지만 까탈스런 뉴요커를 연기하는 데 그만한 사람이 없기도 합니다. 그는 여기에서 이혼한 티비 작가로 나옵니다. 실제 그는 유명한 감독이기도 하지만 영화 각본가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그 해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에는 후보로 오르지 못했지만, 각본상에는 후보로 올랐다는 점은 단적으로 그의 각본 실력을 보여주기도 하죠. 여전히 그는 스스로의 작품에 각본을 직접 씁니다. 1935년 생인 그는 단연 살아있는 감독 중 가장 노장 감독의 축에 속합니다. 다른 노장 감독들이 많지만 여전히 각본을 직접 쓰고 있는 감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배우 출신의 노감독이라는 관점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비교를 해볼 수 있습니다. 1930년 생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시 여전히 좋은 작품들을 끊임없이 내는 노익장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는 연출만 할 뿐 각본을 직접 쓰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디 앨런은 가히 대단하죠.

주인공을 텔레비전 작가로 정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작가 자신의 일면을 본인이 연기할 캐릭터에 어느 정도 반영했다고 보여집니다. 이는 마치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주인공들이 대부분 영화 감독이거나 혹은 유사한 예술 쪽 사람인 것과 비슷하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본인을 그대로 표현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직업의 주인공 대비 본인의 경험과 성격이 좀 더 우러날 수 밖에는 없을 겁니다. 사실 우디 앨런이 본인 영화의 주인공을 다루는 방식은 홍상수 감독과 유사한 구석이 있습니다. 본인과 비슷하거나 자신의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간 군상을 대표하는 주인공을 창조해낸 후, 그의 위선 혹은 가식을 드러내며 조소하는 식이죠. 이 영화의 오프닝 역시 홍상수 감독 영화의 오프닝과 유사합니다. 마치 카메라가 멍하니 풍경을 응시하는 듯 하죠. 그럼 이 영화의 오프닝이 어떻길래요?

영화가 시작하면 맨하탄의 고층 빌딩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디 앨런의 나레이션이 흐르죠. “Chapter 1”. 영화를 이렇게 챕터로 나눌 경우, 좀 더 영화가 분절적으로 보입니다. 대체로 더 좋습니다. 관객 역시 챕터 별로 이야기를 이해하기 때문에 좀 더 구조적인 이해가 가능하죠. 마치 장문의 글에서 문단을 나누는 것과 같습니다. 각 문단의 주제를 모으면 전체 글이 하고 싶은 말이 보이죠. 그리고 각 문단의 흐름을 보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도 좀 더 구조적으로 이해되죠. 그리고 새로운 챕터가 지속적으로 시작될 때마다 이야기가 새로 시작되는 느낌이 있으므로 극의 스피드도 좀 더 빠르게 느껴지죠. ‘벌써 하나의 이야기가 끝났어?’ 라는 느낌으로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감독은 아마 쿠엔틴 타란티노일 겁니다. 그는 자주 챕터로 영화를 나누곤 합니다.

위는 <The Hateful Eight>의 네 번째 챕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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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층 빌딩으로 돌아가보죠. 고층 빌딩은 맨하탄을 상징하는 가장 좋은 그림일 겁니다. <킹콩>과 같은 영화처럼 영화 역사의 가장 고전 때부터 맨하탄의 고층 빌딩은 영화 제작자들을 매료시켜 왔죠. 하지만 차가운 뉴요커가 만든 이 영화가 이 장면으로 보여주면서 <킹콩>의 스펙터클을 원했을리는 만무하죠. 그렇다면 왜 중요한 오프닝 샷을 여기로 썼을까요? 특히나 흑백으로 말이죠. 이 뿐만이 아니죠. 영화의 포스터 안에 맨하탄이라는 글씨조차도 고층 빌딩의 첨탑처럼 보입니다.

이런 이미지가 가장 처음에 나온 이유는 제 생각에는 빌딩의 생김새 때문이라고 봅니다. 고층 빌딩은 높게 솟아 있습니다. 마치 뉴요커 한 명 한 명의 높은 자아의식과 같죠. 마치 누가 더 높은지 그래서 서로를 내려다 볼 수 있는지 경쟁하는 것만 같습니다. 동시에 서로 분명하게 떨어져 있습니다. 높기 때문에 서로 좀 떨어져야 할 필요가 있는거죠. 그러다 보니 굉장히 서로 간의 거리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마치 뉴요커 간의 간극을 보여주는 것 같죠. 어디보다도 붐비는 도시이지만 동시에 어디보다도 외로울 수 있는 도시가 맨하탄이죠. 다시 말해 맨하탄의 건물들을 보여주는 것은 맨하탄에 사는 뉴요커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명징한 시각 이미지입니다.

근데 포스터를 잘 보시면 또 하나의 건축물이 보입니다. 비록 글자가 고층 첨탑으로 이루어져 있을 망정, 가장 제대로 크게 보이는 건축물은 브루클린 브릿지입니다. 다리는 무엇인가요? 다리는 서로를 잇는 것입니다. 맨하탄은 섬처럼 강 사이에 있는 지역이다 보니 강 건너 지역들과 다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다리가 몇 개 있죠. 다리는 저에겐 희망으로 보입니다. 비록 우리가 높은 철옹성 안에 있긴 하지만 누군가와 다리를 놓을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죠. 더 다행인 것은 포스터에 한 의자에 두 사람이 앉아 있다는 겁니다. 실루엣으로 보아 남녀 같네요.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에서 남녀상열지사는 굉장히 중요한 테마입니다. 비교적 노년에 내는 최근의 작품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남녀 문제죠.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캐릭터 소개를 이어가면 이 영화에는 우디 앨런이 연기한 주인공 남자를 둘러싸고 총 세 명의 여자가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첫 번째 여자는 다이앤 키튼이 연기한 ‘매리’입니다. 다이앤 키튼은 우디 앨런 감독 영화에서 단 한 명의 여배우를 꼽으라면 아마 뽑힐 확률이 가장 높은 배우입니다. IMDB에 따르면 그와 8개의 작품을 같이 했고, <맨하탄>과 더불어 감독의 출세작인 <애니 홀>의 주연이기도 하죠. <애니 홀>은 이 영화보다 2년 전에 나왔습니다.

“She and Woody Allen made 8 movies together: Play It Again, Sam (1972), Sleeper (1973), Love and Death (1975), Annie Hall (1977), Interiors (1978), Manhattan (1979), Radio Days (1987) and Manhattan Murder Mystery (1993).”
(source: https://www.imdb.com/name/nm0000473/bio?ref_=nm_ov_bio_sm)

낯익은 얼굴이죠? 젊은 시절의 메릴 스트립입니다. 위의 다이앤 키튼 대비 메릴 스트립의 얼굴은 상당히 딱딱해 보이죠? 그 이유는 곧 알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리엘 헤밍웨이 입니다. 그녀는 이 영화로 여우조연상 후보에까지 오릅니다. 스틸을 보면 아시겠지만, 그녀가 이 영화에 출연할 땐 아직 20살이 되지 않았습니다. IMDB 기준으로도 이 영화는 그녀의 세 번째 영화입니다. 신인이나 다름없죠. 이렇게 어린 나이에 성취를 대단한 성취를 이룬 그녀지만, 아쉽게도 이후 필모그래피가 그리 성공적이진 않아 보입니다. 적어도 현 시점까지는요.

어린 나이에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거나 심지어 수상까지 한 배우들이 있습니다. 최근 배우 중에는 20대 초반에 아카데미를 수상한 제니퍼 로렌스가 생각나네요. 아마 가장 강렬한 케이스는 안나 파퀸이 아닌가 합니다. <피아노>라는 굉장히 좋은 여성 영화 작품의 아역이었던 그녀는 놀라운 연기로 그 해 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수상 장면은 아래 비디오에서 보실 수 있는데, 지금 봐도 너무나 깜찍하네요. 최근에 <아이리쉬 맨>에서 오랜만에 그녀의 모습을 보았는데 퍽 반갑더군요.

다시 오프닝 씬의 나레이션으로 돌아가 봅시다. 영화의 챕터라고 생각했던 나레이션은 사실 그가 무엇인가 녹음을 하고 있는 씬이었네요. 그는 이리 저리 말을 바꿔 가면서 계속 녹음을 합니다. 녹음이 잘 안 될 때는 자신의 재능 없음을 탓하기도 하죠. 사실 그는 책을 쓰려 하고 있습니다. 첫 챕터의 첫 문장은 이렇게 하려 하죠. 그는 뉴욕 시티를 너무나 사랑한다.

혹시나 궁금하실까봐 오프닝 씬 나레이션의 전문을 붙입니다.

“Isaac Davis: Chapter One. He adored New York City. He idolized it all out of proportion. Eh uh, no, make that he, he romanticized it all out of proportion. Better. To him, no matter what the season was, this was still a town that existed in black and white and pulsated to the great tunes of George Gershwin. Uh, no, let me start this over.

Chapter One: He was too romantic about Manhattan, as he was about everything else. He thrived on the hustle bustle of the crowds and the traffic. To him, New York meant beautiful women and street smart guys who seemed to know all the angles. Ah, corny, too corny for, you know, my taste. Let me, let me try and make it more profound.

Chapter One: He adored New York City. To him it was a metaphor for the decay of contemporary culture. The same lack of individual integrity that caused so many people to take the easy way out was rapidly turning the town of his dreams in - no, it's gonna be too preachy, I mean, you know, let's face it, I wanna sell some books here.

Chapter One: He adored New York City. Although to him it was a metaphor for the decay of contemporary culture. How hard it was to exist in a society desensitized by drugs, loud music, television, crime, garbage - too angry. I don't want to be angry.

Chapter One. He was as tough and romantic as the city he loved. Behind his black-rimmed glasses was the coiled sexual power of a jungle cat. Oh, I love this. New York was his town, and it always would be.”

나레이션에서 감지할 수 있듯 그는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 하는 동시에 자기 혐오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그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신경을 쓰죠. 그렇다고 그들을 좋아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혐오에 가깝죠.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신경 쓰이죠. 이런 부분이 우디 앨런이 가진 현대인에 대한 통찰이라고 봅니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을 비웃고 있지만, 실컷 비웃다 보면 급작스럽게 그에게서 나의 어떤 면을 발견하고는 서늘해지죠.

맨하탄의 이 곳 저 곳을 비추던 카메라는 이윽고 실내로 들어갑니다. 거기엔 네 명의 남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이 씬에서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은 우디 앨런(극 중 이름 아이작) 마리엘 헤밍웨이(극 중 이름 트레이시)가 연인이고, 트레이시는 17살이라는 점입니다. 그는 TV 작가이자, 이혼남이죠. 트레이시는 고등학생입니다. 우디 앨런은 실제 삶에서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배우자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인 혈통을 가진 그의 부인 순이 씨가 70년 생이니 대략 35살 차이가 나네요.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된 데에는 유명한 스캔들이 있는데 그걸 언급하는 순간 더 이상 영화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어지니 이 쯤에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죠.

아이작의 옆에 있는 친구는 그의 절친인 예일(배우: 마이클 머피)입니다. 관객들은 그가 결혼한 상태이지만 내연녀가 있음을 알게 되죠. 시작부터 심상치 않죠? 이처럼 부도덕하거나 당혹스러운 일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맨하탄의 데이팅 씬으로부터 이 영화는 시작합니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이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술자리에서 서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죠. 우디 앨런은 고의적으로 이렇게 논란이 될 수 있는 설정을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눈 앞에 직시하게 합니다. 그리고 관객들의 생각을 자극하죠.

다음 씬에서 아이작은 그의 이혼한 전처를 찾아갑니다. 그녀가 바로 질(메릴 스트립)이죠. 그런데 둘은 약속을 하고 만난 것이 아닙니다. 아이작이 일방적으로 질이 회사에서 나오길 기다린 것입니다. 아이작이 그녀를 찾아간 이유는 출판을 앞두고 있는 질의 책 때문입니다. 그녀의 자서전인 모양인데, 전남편인 그에 대한 남사스러운 내용까지 들어간다고 하네요. 가장 내밀한 부부의 이야기마저 가십거리로 전락하는 뉴욕의 모습입니다.

책 제목마저도 굉장히 강렬하죠? 그녀는 현재 레즈비언 연인과 함께 새 가정을 차리고 아이작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나름 행복한 가정 생활을 꾸리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의 주인공 아이작의 연애 생활은 어떨까요?

첫 씬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는 17살의 트레이시를 만나고 있습니다. 가벼운 장난처럼 그녀와의 연애를 생각하고 있는 아이작과는 다르게 트레이시는 상당히 진지하죠. 아래 스틸만 보아도 둘의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 한 눈에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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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두고 아이작은 오히려 너무 의존적인 연애를 하고 있다고 탓합니다. 나이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비겁한 연애를 하는 것은 아이작이죠. 트레이시는 생각보다 성숙하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독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다른 모든 인물은 그의 가증스러운 모습이 나오는 반면, 트레이시만큼은 끝까지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습니다. 저에게 그녀는 우디 앨런이 이 차갑고 위선적인 맨하탄이라는 공간에서 마지막으로 발견한 한 줄기 희망처럼 보였습니다.

다시 친구인 예일의 이야기로 돌아오죠. 예일 역시 범상치 않은 연애를 하고 있죠.

그가 만나고 있는 여자는 누구일까요?

바로 매리(다이앤 키튼)입니다. 그녀는 예일이 가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만나고 있죠. 하지만 그가 가정을 가진 남자라는 사실을 꽤나 불편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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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장소는 갤러리입니다. 넷은 갤러리에서 보았던 작품들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특히 아이작(우디 앨런)과 매리(다이앤 키튼)의 의견이 매우 상충됩니다. 아이작이 좋게 본 작품들은 매리가 혹평을 하고 아이작이 욕을 하는 작품들은 오히려 매리가 좋게 보았죠. 그리고 대화를 통해 우리는 두 사람이 모두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에 대한 조예가 상당히 깊음을 알게 되죠. 대화는 미술을 넘어 음악, 문학, 비문학, 영화로 번지죠. 어떤 주제의 이야기든 둘은 물과 기름처럼 보입니다. 서로 굽힐 줄을 모르죠.

둘과 헤어진 아이작 커플. 아이작은 헤어진 이후 줄곧 매리에 대한 욕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예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죠. 특히나 그는 그가 매우 좋아하는 감독인 잉마르 버그만에 대해 나쁘게 말한 것이 못마땅해 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반 고흐를 잘못 발음했다고도 지적하죠. 제대로 발음도 못하는 사람이 반 고흐를 논했다 이거죠.

 다음 씬은 그가 일하는 일터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그는 TV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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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많은 사람이 그렇듯) 본인의 일에 신물이 난 상태죠. 자신들의 프로그램은 공허한 내용이라 비판하죠. 동료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지만 그의 언성은 계속 높아집니다. 방송을 보는 청중들의 수준도 낮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고는 충동적으로 직장을 때려치고 나오고 맙니다. 하지만 다음 씬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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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에서 읽히듯 자신이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죠. 이렇듯 그는 이성적인 지식인인 척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감정마저 컨트롤하지 못하는 소시민입니다.

다음 씬에서 어느 파티를 참석한 아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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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기 보이는 여성의 뒷통수는 누구일까요?

바로 매리입니다. 운명의 장난인지 둘은 이렇게 자꾸 마주치게 되네요.

 

과연 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할까요?
지금 사귀고 있는 트레이시와는 어떻게 될까요?
두 여자와의 관계가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또 이 영화 이후 40년이 넘은 지금의 맨하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앞서 말씀 드렸듯, 우디 앨런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릅니다. 하지만 그는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않죠. 사실 우디 앨런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불참 이유에 대해 혹자들은 그가 그의 사랑하는 도시 뉴욕을 떠나기 싫기 때문이라고들 하죠. 그 스스로도 뉴욕 술집에서 클라리넷 연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갈 수 없다고 농반진반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예외가 있었는데, 그것은 9/11 사태 이후 첫 아카데미 시상식이었습니다. 이 역시 뉴욕을 위한 것이었죠. 헐리우드에 9/11 이후 뉴욕에 대한 지원에 감사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뉴욕에서 영화를 만들기를 요청하기 위해 갔습니다.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은 명예로운 자리에 정작 자신의 영화가 후보로 올랐을 때는 왜 가지 않은 걸까요? NPR의 ‘Why Woody Allen Is Always MIA At Oscars’ 에 따르면, 그의 전기를 쓴 Eric Lax 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LAX: It's really almost impossible, as he puts it, to judge art, that it's so subjective, you can't really say, well, this performance is better than that or that writing is better than this and that, if you get caught in that trap of relying on other people, however great they are, to tell you whether you're any good, you're either going to consciously or subconsciously start playing to that group.
(source: https://www.npr.org/2012/02/24/147367956/why-woody-allen-is-always-mia-at-oscars)

 

예술이란 실로 주관적인 것입니다. 같은 예술 작품도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감명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하기도 하죠. 마치 이 영화 속에서 우디 앨런과 다이앤 키튼이 처음 만났을 때의 언쟁처럼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디 앨런은 오히려 대중의 반응에 더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아카데미를 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구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독창성이 유일한 무기인 예술가에겐 새겨 들어야 볼만한 이야기로 들립니다.

 

Writer: Seil Kim I 김세일 <seil88.ka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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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KANA

IMDB: 7.8/10 | Rotten Tomatoes 85%

*이 글은 영화의 러닝타임 17분 정도의 이야기만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시점까지의 스포일러는 포함되어 있지만, 핵심적인 스포일러는 미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은 영화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영화가 됩니다. 열 사람이 보면 열 개의 다른 영화가 태어나죠. 모든 예술이 그렇듯 영화도 그러합니다. 그게 예술의 위대한 점이겠죠.

저도 영화를 볼 때 저만의 관점이 있습니다. 누가 옳은 건 없습니다. 애초에 답은 없으니까요. 다르단 건 오히려 좋은 겁니다. 모두가 영화를 보고 똑같이 생각한다면 얼마나 지루한 세상일까요. 그래서 제 생각을 먼저 밝히고 소통하려 합니다.

영화를 감상하는 방법 역시 여럿입니다. 제가 해보려는 것은 영화를 ‘읽는’ 것입니다. 한 씬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지만, 각 장면은 감독의 고심 끝에 나온 결과입니다. 찰나에 지나가는 씬을 음미하면, 감독의 생각이 보입니다. 저는 이렇게 영화를 ‘읽어 보려’ 합니다.

두 번째 작품으로는 2017년도 작 <러빙 빈센트>를 골랐습니다. 이 영화는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실존했던 아티스트의 삶을 다룬 영화는 많습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 중에 저의 최애 작품들을 열거해보자면, 작곡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삶을 다룬 밀로스 포먼 감독의 <아마데우스>, 시인 윤동주의 삶을 다룬 이준익 감독의 <동주>, B급 영화감독 에드워드 우드의 삶을 다룬 팀 버튼 감독의 <에드 우드>가 생각이 나네요. 세 작품 모두 자신 있게 강력히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죠.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0086879/mediaviewer/rm3039435264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0086879/mediaviewer/rm3039435264

출처: https://movie-phinf.pstatic.net/20160205_299/1454651273096sYmsK_JPEG/movie_image.jpg

출처: https://movie-phinf.pstatic.net/20160205_299/1454651273096sYmsK_JPEG/movie_image.jpg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0109707/mediaviewer/rm1112216576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0109707/mediaviewer/rm1112216576


영화가 실존했던 아티스트의 삶을 다루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그들이 유명하기 때문에 관객들의 흥미를 끌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모두가 알지만 모차르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마데우스> 이전에 많이 없었을 겁니다. 물론 이 영화는 영화를 보기 전 아무도 몰랐던 살리에리에 의해서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지만요. 또한 실존 인물은 당시 시대를 단박에 잘 대변할 수 있습니다. 윤동주(그리고 그와 대조되는 송몽규)를 다룸으로써 일제강점기하의 우리 민족의 삶을 전반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그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경 때문입니다. <에드 우드>는 팀 버튼의 에드워드 우드 감독에 대한 헌사입니다. 비록 실력은 지독히도 없어서 역대급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감독이지만,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가진 영화감독이라는 공통점 하에서 팀 버튼은 그에게 남다른 애착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 영화 역시 세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반 고흐는 어쩌면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일 것입니다. 그에 대한 영화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지요. 그는 또한 그 시대를 대변합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반 고흐가 화가가 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당대 화가들과 달랐던 그에 대한 시대의 처우도 보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반 고흐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는 영화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만들기 힘든 영화를 애초에 만들 수 없었겠죠. 그럼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가 과연 어떻게 나왔는지 살펴보러 갈까요?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CGzKnyhYDQI

영화가 시작되면 바로 눈에 띄는 것은 그림의 질감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극장에 들어갔다손 쳐도, 오프닝 시퀀스만 보아도 반 고흐의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에>가 바로 생각날 것입니다. 영화는 이처럼 고흐의 미술 세계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기려 했습니다. 결과는 색다르면서도 성공적입니다. 이 질감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생길 정도죠. 한국에 있을 때 반 고흐 전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놀랐던 것이 캔버스 위에 얼마나 두껍게 물감이 겹쳐져 있는지였습니다. 그 물감의 두꺼운 층이 느껴지는 듯만 합니다. 2차원으로 보였던 유채화가 촉각적으로 다가오는 경험입니다.

이 영화는 유화로 만든 유일한 영화라고 합니다. 그럴 것도 한 게, 보통 애니메이션은 1초에 여러 컷이 들어갑니다. 장면이 움직이는 것처럼 우리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는 여러 장면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카메라 역시 같은 원리입니다. 우리의 움직이는 것을 여러 사진으로 잘게 쪼개 저장한 것이죠. 만약 이것을 유화로 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유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애니메이션만 해도 한 장을 그리는데 한참이 걸릴 터인데, 유화는 고작 하겠습니까. 그렇기에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생각되는 일을 이 영화가 해낸 것이죠. (물론 많은 CG가 들어갔겠습니다만)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PR8FzZDQN6k

가끔은 영화보다 메이킹 필름이 더 재밌을 때가 있습니다. 위의 영상은 실제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영상입니다. 이 영화의 제작자들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에 공고를 내어 화가들을 모집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필요한 씬들을 나눠 그렸죠.

“Each of this movie's sixty-five thousand frames is an oil painting on canvas, using the same technique as Vincent van Gogh, created by a team of one hundred painters.”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3262342/trivia?ref_=tt_trv_trv

IMDB에 따르면 6,500장의 유화가 반 고흐의 테크닉을 동일하게 쓴 100명의 화가에 의해서 그려졌다고 하네요.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에 대해 “물감 냄새와 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듯한 노작.”이라고 평한 게 과언이 절대 아니죠.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3262342/mediaviewer/rm2756596992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3262342/mediaviewer/rm2756596992

다음은 영화의 제목입니다. <러빙 빈센트>라는 제목은 명확하게 편지와 연관이 있습니다. 편지의 가장 마지막에 쓰는 말이기 때문이죠. 편지는 고흐가 살았던 당시에 가장 일반적이었던 원거리 통신 수단이었습니다. 특히 고흐가 동생과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것은 유명하죠. 하지만 이는 중의법이기도 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이 영화는 고흐에 대한 애정이 밑에 깔린 영화니까요. 이 제목이 좀 더 <사랑하는 빈센트>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출처: https://ka-na.squarespace.com/config/pages/5b746435562fa7f9a51ffef1

출처: https://ka-na.squarespace.com/config/pages/5b746435562fa7f9a51ffef1

유화인 영화의 질감을 제외하면, 그다음으로 눈이 가는 것은 화면 비율입니다. 화면 비율이 우리가 자주 보는 비율 대비 훨씬 정사각형에 가깝죠. 보통은 가로 비율이 훨씬 깁니다. 이는 영화의 역사와 관련이 깊습니다. 영화사 초기에는 분명히 정사각형 혹은 티비 정도의 비율이 많았죠. 하지만 점점 티비가 대중화되면서 티비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영화는 가로 비율이 긴 시네마스코프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까지 온 것이죠. 요즘은 여러 비율을 한 영화 안에서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면 세 가지 화면 비율이 쓰이죠. 당연하게도 의도적입니다.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2278388/mediaviewer/rm2422442241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2278388/mediaviewer/rm2422442241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2278388/mediaviewer/rm2489551105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2278388/mediaviewer/rm2489551105

(위의 두 장면은 확연히 비율이 다르죠?)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왜 정사각형에 가까운 비율을 썼을까요? 아마 그림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정해진 비율이 없는 고흐의 작품을 각색하기 위해서는 가로로 비정상적으로 긴 현대의 시네마스코프보다 가로와 세로 길이가 차이가 덜 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출처: https://m.media-amazon.com/images/M/MV5BY2JjZTIyYmQtNmQ0Yy00YTM2LTliNTgtYjRlMDcxN2ZjYmFlXkEyXkFqcGdeQXVyMTkxNjUyNQ@@._V1_UX477_CR0,0,477,268_AL_.jpg

출처: https://m.media-amazon.com/images/M/MV5BY2JjZTIyYmQtNmQ0Yy00YTM2LTliNTgtYjRlMDcxN2ZjYmFlXkEyXkFqcGdeQXVyMTkxNjUyNQ@@._V1_UX477_CR0,0,477,268_AL_.jpg

영화는 고흐의 그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시작합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스타리 스타리 나잇~’ 으로 시작하는 동명의 음악이 나오기도 하죠. 원곡은 아니지만 어떤 버전이든 참 듣기 좋은 곡입니다.

20200412_213619.jpg

별이 빛나는 밤에서 카메라가 지상으로 쭉 내려오면 두 사람이 주먹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출처: http://lovingvincent.com/paintings,76,pl&amp;paint=479.html

출처: http://lovingvincent.com/paintings,76,pl&paint=479.html

싸우고 있던 한 사람은 이 사람입니다. 누구냐고요?

출처: https://blog.naver.com/nillabel/220080403998

출처: https://blog.naver.com/nillabel/220080403998

그는 <주아브 병사>입니다. 이 영화는 재밌게도 실제 고흐의 초상화에 나온 사람들을 등장인물로 씁니다. 엑스트라까지 말이죠. 그런데 병사와 싸우던 와중 주인공이 떨어뜨린 편지가 있네요?

이 편지는 사실 빈센트 고흐가 동생이 테오 고흐에게 쓴 편지입니다. 극이 진행되는 시점에는 이미 빈센트 고흐가 죽인 이후입니다. 부치지 못한 편지 같네요. 테오 고흐는 빈센트 반 고흐의 거의 유일했을 지지자이자 그의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였죠. 그림을 거의 팔지 못 했기 때문에 사실상 경제적 능력이 없었던 빈센트를 물질적으로도 지원해 준 사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의 예술을 응원해준 가장 큰 팬이 바로 테오입니다. 그런 그에게 전하지 못한 편지라니 꼭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우리의 주인공은 이 부치지 못한 편지를 배달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주인공 역시 그의 초상화 주인공 중 하나이겠죠?

출처: https://www.smithsonianmag.com/arts-culture/how-creators-loving-vincent-brought-first-fully-painted-animated-film-life-180968210/

출처: https://www.smithsonianmag.com/arts-culture/how-creators-loving-vincent-brought-first-fully-painted-animated-film-life-180968210/

네, 그는 <아르망 룰렝> 이라는 사람입니다. 위의 세 그림 중 중간이 실제 고흐의 그림이고, 오른쪽은 영화 속의 아르망, 그리고 왼쪽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연기를 한 연기자입니다. 그러니까 중간 그림과 닮은 연기자를 섭외 후, 그가 실제 연기를 한 비디오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지요.

그런데 그는 왜 편지를 전해줘야 할까요? 그의 아버지 때문입니다. 그의 아버지인 조셉 룰렝 역시 고흐의 초상화의 모델이었습니다. 사실 고흐는 룰렝 가족 구성원의 여러 명을 그렸습니다.

출처: https://www.huffpost.com/entry/loving-vincent-still-paintings_n_59b826f7e4b02da0e13cd1ed

출처: https://www.huffpost.com/entry/loving-vincent-still-paintings_n_59b826f7e4b02da0e13cd1ed

바로 이분입니다.

조셉은 모자에서 알 수 있듯이 우체부입니다. 편지를 많이 썼던 고흐와는 자연스럽게 친할 수밖에 없었겠네요. 아버지의 명령(?)으로 아들이 미스터리한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출처: http://lovingvincent.com/paintings,76,pl&amp;paint=185.html

출처: http://lovingvincent.com/paintings,76,pl&paint=185.html

그런데 부자가 이야기하는 곳을 보아하니…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74738&amp;cid=46720&amp;categoryId=46846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74738&cid=46720&categoryId=46846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 작품에서 가져왔네요. 앉아 있는 부자만 제외하면 거의 비슷하게 재연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 영화는 배경마저도 고흐의 풍경화에서 가져왔는데, 이게 또 감상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3262342/mediaviewer/rm3125695744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3262342/mediaviewer/rm3125695744

아버지 조셉 룰렝는 생전의 그를 추억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화면이 흑백이 됩니다. 영화에서 과거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한 방법은 역시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해당 장면을 보여주기 전에 회상하는 듯한 연기를 한 후, 플래시백의 시각 및 음향효과를 주며 과거로 돌아가는 예도 있고, 의도적으로 과거인 것을 티를 안 낼 때도 있죠. 이 영화에서는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은 흑백으로 나옵니다. 이런 표현 역시 시각적인 것으로 해내다니 화가를 다룬 작품답습니다.

출처: https://kdhx.org/articles/14-fine-arts/film-reviews/831-loving-vincent-brings-van-gogh-s-paintings-to-life

출처: https://kdhx.org/articles/14-fine-arts/film-reviews/831-loving-vincent-brings-van-gogh-s-paintings-to-life

결국 길을 떠나게 된 아르망이 처음 만난 사람은 탕귀 영감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늙은 화상으로 파리의 젊은 화가들에게는 아버지로 불렸던 중요한 인물이었다. 탕귀 영감은 젊고 가난한 화가들에게 그림을 받고 물감과 재료를 주기도 했던 관대한 예술 후원자였다. 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 테오를 통해 탕기를 만나게 되면서 오랫동안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74759&cid=46720&categoryId=46846

라고 하네요. 그 역시 고흐의 초상화가 존재합니다.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74759&amp;cid=46720&amp;categoryId=46846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74759&cid=46720&categoryId=46846

보시면 뒤에 있는 배경의 그림까지 어느 정도 가져온 것이 보입니다. 이처럼 영화는 여러 초상화를연결함으로써 이야기의 동력을 가져갑니다. 어느 정도 제약이 있을 때 창작자들의 창작력을 더 강해지는 법이니까요. 이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이 여러 다른 그림들을 연결해가며 재밌어했을 생각을 하니 흥미롭기도 합니다.

아르망은 여기에서 동생인 테오 역시 형이 죽은 이후 얼마 있지 않아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죠. (여기서도 과거 회상을 흑백 톤으로 처리한 것 보이시죠?)

테오의 죽음을 듣게 된 아르망은 다시 빈센트의 죽음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두산백과와 미술대사전 모두 고흐의 죽음을 자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1890년 봄 파리 근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정착했으나 같은 해 7월 권총으로 자살했다. – 미술대사전(인명편)

1890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 사흘간 앓다가 7월 29일에 사망 – 두산백과

하지만 유명한 사람들이 간혹 그렇듯, 고흐의 죽음에 대해서도 음모론이 있나 봅니다. 이 영화는 그의 미스터리에 기반하여 극의 동력을 얻습니다. 좀 더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한 장치이자 실제로 고흐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나온 의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굳이 이와 같은 미스터리 장치가 이 영화에 꼭 어울렸을지 고개가 갸우뚱했습니다. 과연 이 음모론을 밝히는 것이 고흐의 예술관을 전하는 데에 어떤 이점이 있을지 생각해봤을 때,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되었듯 영화는 이 시점부터 이 미스터리의 열차를 타고 고흐의 죽음을 파헤치는 수사극과 같은 느낌으로 전개됩니다. 실제로 들어보면 그럴싸한 이론이기도 합니다. 뒤에 나타나는 또 다른 인물 중 한 명은 정말 모티브가 있을 만도 하구요.

더불어 영화는 끝까지 볼거리는 확실히 제공합니다. 지금껏 설명해 드렸던 고흐의 초상화, 풍경화들로 이루어진 스크린을 가장한 캔버스가 끊임없이 우리의 눈을 호강 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를 떠나 시각적 요소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고흐의 수많은 작품과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엔딩 크레딧까지 도달하면 우리는 이런 장면을 보게 됩니다.

고흐는 비교적 늦게 붓을 잡았습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밤낮없이 성실하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8년 동안 800장의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1년에 거의 100장, 3일에 1장꼴로 유화를 그린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당대에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달랑 한 점의 그림만 팔았을 정도죠.

그런 그가 사후에 불멸의 화가로 칭송받게 됩니다. 지금은 어쩌면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화가일지도 모르죠.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빈센트 반 고흐라는 사람에 대한 영화입니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에 모든 것을 걸어 불태웠고, 불행히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당대에 인정받았던 다른 화가들 대비 오히려 더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800장의 성실함과 당대의 평가에 좌우되지 않았던 뚝심일 것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고흐와 비슷한 역경 혹은 유혹에 빠질 겁니다. 게으름이 우리를 유혹할 것이고, 세상의 무관심에 상처 입겠죠. 사람들이 고흐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지 작품의 위대함 뿐만은 아닐지 모릅니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삶을 살았던 고흐가 마침내 위대한 화가로 영원히 사는 그의 스토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Writer: Seil Kim I 김세일 <seil88.ka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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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KANA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2018)
IMDB: 8.4/10 | Rotten Tomatoes 97%

*이 글은 영화의 러닝타임 35분 정도의 이야기만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시점까지의 스포일러는 포함되어 있지만, 핵심적인 스포일러는 미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KANA의 김세일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본의 아니게 방콕하게 되신 분 많을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넘치는 시간에 뭘 할까 고민하다, 제 유일 취미인 영화 감상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짓을 생각해봤습니다.

같은 영화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영화가 됩니다. 열 사람이 보면 열 개의 다른 영화가 태어납니다. 사람마다 관점이나 배경지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모든 예술이 그렇듯 영화도 그러합니다. 그게 예술의 위대한 점이겠죠.

영화 감상을 취미로 하다 보니, 저도 영화를 볼 때 저만의 관점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과 같기도 다르기도 하겠죠. 누가 옳은 건 없습니다. 애초에 답은 없으니까요. 다르단 건 오히려 좋은 겁니다. 모두가 영화를 보고 똑같이 생각한다면 얼마나 지루한 세상일까요. 그래서 제 생각을 먼저 밝히려 합니다. 바라건대 다른 분들의 생각도 듣고 싶습니다.

영화를 감상하는 방법 역시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해보려는 것은 영화를 ‘읽는’ 것입니다. 영화의 한 씬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지만, 각 장면은 감독의 고심 끝에 나온 결과입니다. 같은 각본도 영상으로 디자인하는 방법은 무한하고, 여기서 감독의 연출력이 드러납니다. 찰나에 지나가는 씬을 음미하면, 감독의 생각과 실력이 보입니다. 저는 이렇게 영화를 ‘읽어 보려’ 합니다.

첫 작품으로는 2018년에 개봉했던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를 골랐습니다. 스파이더맨은 이미 3번의 상업 영화 시리즈로 만들어졌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슈퍼히어로 중 하나죠. 심지어 마블이라는 슈퍼히어로 브랜드 영화 시작 전부터 스파이더맨은 있었으니까요.

스파이더맨이 이렇게 자주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파이더맨 영화가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외부 투자를 받아 만들어집니다. 아주 작은 인디 영화 혹은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만큼 부자가 아닌 다음에는요. 투자가 이익을 남길 수 있어야 영화는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파이더맨 영화가 특히 돈이 되는 이유는 뭘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의 이유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인 피터 파커가 어리기 때문입니다. 어린 주인공을 쓸 때 상업 영화로서 다양한 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귀여우므로 대중의 호감을 쉽게 삽니다. 반대로 죄 없는 선한 청년의 비극은 더 슬프기도 하지요. 또한 어린 주인공은 비교적 넓은 연령대를 커버 가능합니다. 어린이들부터 어른 관객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죠.

대중성뿐 아니라 스토리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습니다. 많은 영화가 주인공의 성장을 다룹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의 주인공은 분명히 다른 사람입니다. 영화의 이야기를 겪으면서 성장했기 때문이죠. 주인공이 어릴수록 성장 스토리를 만들기 쉽습니다. 피터 파커와 같은 사춘기 소년이라면 더욱더 그렇죠.

그 결과 스파이더맨은 세 번의 시리즈로 이미 나왔습니다. 마지막 시리즈는 아직 진행 중이고요. 스파이더맨을 연기한 배우를 기준으로, 토비 맥과이어(2002-2007; 3편; 75년생) / 앤드류 가필드(2012-2014; 2편; 83년생) / 그리고 톰 홀랜드(2017- ; 2편; 96년생)의 시리즈가 존재합니다. 오늘 읽어볼 영화는 이들과 별도 작품입니다. 하지만 모든 스파이더맨 시리즈처럼 핵심 소재와 주제 의식은 유사합니다.

첫 포스팅이라 인트로가 길었네요. 각설하고 영화 속으로 들어갈게요.

영화가 시작하면 오프닝 크레딧이 시작됩니다. 근데 오프닝부터가 색다릅니다.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2443535872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2443535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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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아는 컬럼비아 픽쳐스의 여신상이 여러 개의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 요즘은 극의 정조를 최대한 빨리 보여주기 위해 오프닝 크레딧도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위를 타파하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트렌드입니다. 이렇게 하나의 여신상을 여러 모습으로 변주하여 보여주는 이유는 영화가 좀 진행되면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영화의 첫 씬입니다. 여러 번 리부트된 시리즈이다 보니, 새로 시작되는 모든 스파이더맨 영화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관객들이 이미 여러 번 본 스파이더맨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입니다. 자칫 관객을 지루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떻게 스파이더맨이 되는지 설명 안 하고는 주인공의 before / after를 보여주기가 힘듭니다. 이 영화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선택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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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재밌는 선택을 합니다. 굳이 말하면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합니다. 일단 처음부터 모두가 아는 내용이란 거 나도 안다고 선빵(?)을 날리고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이야기하겠다는 대사는 이를 염두에 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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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나머지 이야기라며 기존 시리즈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3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모두 보여줍니다. 여기에서 재밌는 점은 이 축약이 마치 만화책과 같은 형태로 보인다는 겁니다. 아래 캡처를 보면 의도적으로 화면을 세 개로 분할했습니다. 마치 코믹스 만화를 보는 것 같죠. 그리고 소리도 굳이 텍스트로 적었습니다. 영화는 소리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소리를 텍스트로 적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건 만화책이 하는 방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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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알 듯 스파이더맨은 마블 코믹스라는 만화책이 원전입니다. 이를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자신의 기원(origin)을 껴안습니다. 다수의 관객이 (특히 미국은) 코믹스의 팬이기 때문에, 이 방법은 취향을 제대로 저격합니다. 이런 표현 방식은 이 영화 전체에 걸쳐 지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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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OST가 흐릅니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은 우리의 진짜 주인공입니다. 노래는 포스트 말론의 ‘썬플라워’입니다. 이 영화의 OST로 나와서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좋은 노래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진짜 주인공인 마일스가 등장합니다.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684998656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684998656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다른 점은 주인공이 흑인이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3명의 스파이더맨 역을 맡은 배우는 모두 백인입니다) 심지어 엄마는 스패니시 계열입니다. 인종 문제는 미국의 가장 큰 사회 문제 중 하나입니다. 흑인이 주인공이 된다고 대수는 아니지만, 좋은 시도입니다. 물론 실제 성우도 흑인 배우입니다. 또 다른 점은 부모님이 모두 멀쩡하게 살아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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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등굣길이 롱테이크로 이어집니다. (그 와중에 헤드폰은 이 영화의 투자사 중 하나인 소니입니다) 이 쿨하디쿨한 롱테이크 장면을 보면 주인공이 얼마나 집 주변에 사는 아이들과 친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이후에 마일스가 전학 간 새로운 학교와 비교하기 위한 밑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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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넘어지면서 우연히 아버지가 몰던 차를 만나게 됩니다. 넘어진 이유는 신발 끈을 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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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경찰입니다. 경찰로서 아버지는 몇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엄격하고, 남성적이며, 자신의 명령을 관철합니다. 아버지는 스파이더맨을 싫어하는데, 이유는 스파이더맨이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을 지키는 데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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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평범한 대화입니다. 아버지는 대화하고 싶어하지만 사춘기의 아들은 듣는 둥 마는 둥이죠. 근데 여기에서 카메라의 위치가 재밌습니다. 굳이 앞에서 두 사람 모두를 잡았기 때문에 아버지는 커 보이고 아들은 아주 작아 보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철장이 있는데, 아버지는 팔을 옆 좌석에 올리고 있다보니 이 철장을 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다른 곳을 보고 있죠. 아버지는 아들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아들은 철장을 치고는 외면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물론 대사로도 이런 게 티가 나지만 대사를 듣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이 한 장면만 보아도 둘의 관계가 보이는 연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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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전학 온 학교에 도착합니다. 이름만 봐도 뭔가 후덜덜하죠. 엘리트 사립 학교인가 봅니다. 이 샷에서도 마일즈와 학교는 사이에 창틀로 인해 분절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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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씬은 이 학교가 얼마나 권위적이고 압도적인지를 보여줍니다. 아버지가 좋아할만 하죠. 이는 마일즈가 느끼는 감정도 투영되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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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에 다니기 싫은 마일즈는 아버지와 실랑이를 벌입니다. 여기서 연출 역시 아버지를 철창 뒤에 두면서 아들이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주죠. 대사를 보면, 아빠가 삼촌을 좋지 않게 생각함을 알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후에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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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들어갑니다. 이 씬과 앞의 집 주변 neighborhood 씬을 비교해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종 비중의 차이입니다. 실제 미국의 실상을 보여주는 씬입니다. 저도 학교에서 얼마나 흑인 및 히스패닉 비중이 적은지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마일즈도 여기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죠. 그때 지나가던 아이가 마일즈의 신발 끈이 풀려있다는 지적을 합니다. 거기에 대한 마일즈의 대답은

Yeah, I’m aware. It’s a choice.

Yeah, I’m aware. It’s a choice.

내 선택이라는 것이죠. ‘선택’이라는 것은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테마입니다.

이후 음악 한 곡이 흐르는 동안, 짧은 컷들이 빠르게 편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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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은 영화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요 부문을 보면 영화의 구성요소가 보입니다. 작품, 감독, 배우, 각본, 촬영, 음향, 음악, 시각효과 그리고 편집. 편집도 영화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입니다. 이 시퀀스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건 마일즈가 새로운 학교에서 얼마나 적응이 힘든지죠. 아침엔 손을 열심히 들었지만 결국 오후가 되어서는 더 소심해지고 맙니다.

마침내 길었던 학교가 끝나고, 지친 마일즈는 누군가를 만나러 갑니다. 이때 흐르는 OST는 노토리어스 BIG의 노래입니다. 투팍의 친구 혹은 적이자 총격으로 사망한 비운의 갱스터 래퍼죠. 영화는 이미 있는 흑인 가수들의 노래를 많이 가져다 씁니다. 결과는 성공적입니다.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2776263936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2776263936

무시무시한 갱스터 힙합을 듣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마일즈의 삼촌입니다. 삼촌이라는 존재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항상 중요합니다. 기존 시리즈에서 피터 파커의 양육자이자, 삼촌의 죽음은 파커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기도 하죠. 참고로 이 작품에서 삼촌의 목소리는 마허샬라 알리가 맡았습니다. <문라이트>와 <그린북>으로 2017년과 2019년에 오스카를 받은 핫한 흑인 배우죠. 애니메이션의 잔재미 중 하나는 탑 배우들의 출연입니다. 이 영화도 여러 명의 핫한 배우들이 나옵니다. 마허살랴 알리 이외에도 니콜라스 케이지, 헤일리 스타인필드, 크리스 파인 등이 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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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와 삼촌의 대화 중 잠깐 나오는 핸드폰 화면. 메신저로 QQ를 쓰고 있네요. 중국인이 아닌 미국인이 QQ를 쓰는 건 흔치 않습니다. 중국인들도 QQ보다는 위챗을 많이 쓰죠. QQ가 뜬금없이 나오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PP(Product Placement)입니다. 최근 중국 자본의 할리우드 진출이 자주 보입니다. PP뿐 아니라 제작까지 직접 하죠. QQ 메신저를 가지고 있는 텐센트도 제작을 직접 하기도 하는데, 최근 ‘미션 임파서블’에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할리우드 입장에서도 중국의 흥행이 최종 흥행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중국 관객들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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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돌아와 마일즈는 삼촌과 함께 둘만의 취미인 그래피티를 하러 갑니다. 그런데 굳이 이런 식의 앵글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장면은 오른쪽 상단에 나오는 거미의 시점 샷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거미는 빛나는 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예사로운 거미가 아닌 듯하죠.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3819354369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3819354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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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에 물리자마자 뭔가 몸이 변하는 것이 표현됩니다. 이 표현마저도 코믹스의 셀 표현으로 되어 있네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몸의 변화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 피터 파커가 몸이 변하는 사춘기의 소년이기도 하거니와, 스파이더맨이 슈퍼 히어로가 된 이유는 그에게 육체적인 힘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힘과 함께 온 것은 책임이죠. 하지만 문제는 육체만큼 정신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죠. 이런 딜레마는 비단 슈퍼 히어로들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시절을 거쳤습니다. 육체적으로는 어른이 된 것 같지만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었죠. 그렇기에 성장이 필요하고 성장에는 고통이 따릅니다. 스파이더맨의 여정은 어쩌면 우리가 겪었던 성장통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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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마일즈는 부쩍 키가 컸음을 느낍니다.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해 밑에서 올려다보는 샷으로 찍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마음속 말이 만화처럼 말풍선으로 보이는 점입니다.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933715968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933715968

딱 보아도 코믹스가 떠오를 수 밖에 없는 표현이죠.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코믹스에 대한 애정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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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변한 것은 몸뿐이 아닙니다. 손바닥에 접착력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친구의 머리카락을 잔뜩 뽑아버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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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본인이 다르다는 점이 너무나도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사춘기의 또 다른 특징입니다. 마치 내가 세상의 중심인 것 같고, 모두가 나에게 관심이 있어 보이죠. 그렇기에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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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에 빠져 도망치다 기숙사로 겨우겨우 돌아온 마일즈에게 보이는 것은 스파이더맨 만화책입니다. 인트로에서 나왔듯 이 세상엔 이미 스파이더맨이 존재합니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책도 있고요.

만화책을 보고 주인공은 본인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깨닫습니다. 본인도 스파이더맨과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요. 만화책을 통해서 배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저 역시도 만화책을 통해 연애를 배웠고 인생을 배웠습니다. 만화책은 저와 같은 세대에 인생에 대한 간접체험을 주는 선생님이었습니다. 당시 어른들은 노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어른이 된 우리 세대에는 만화책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애니메이터가 된 만큼 코믹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품고 있을 터, 자연스럽게 이런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답을 찾기 위해 현장으로 간 마일즈는 죽어 있는 거미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악당과 싸우고 있는 스파이더맨을 발견합니다.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3165042945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3165042945

그가 싸우고 있는 상대는 초록색 가고일입니다. 이는 당연하게도 원조(?) 스파이더맨 시절의 악당이었던 가고일을 떠올립니다. 아버지와 아들로 이어졌던 이 캐릭터는 원조 시절부터 스파이더맨을 봐왔던 오랜 팬들에 대한 팬서비스입니다. 참고로 과거 시리즈의 원조 가고일 역으로는 윌리엄 데포와 제임스 프랑코가 각기 아버지와 아들로 나왔습니다. 이외에 인상적이었던 악역으로는 알프레드 몰리나가 연기했던 옥토퍼스 박사가 있는데, 이 캐릭터 역시 이번 편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가고일을 뒤에서 조정하고 있는 보스가 엄청난 등빨을 자랑하며 등장합니다.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1369880833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1369880833

그의 이름은 킹핀.

딱 봐도 마피아 보스를 모델로 만든 것이 느껴지죠? 프레임 내 압도적인 공간을 잡아먹게 만듦으로써 이 인물이 얼마나 무서운 인물임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비현실적 비율로 뭔가 웃겨 보이는 효과도 노린 캐릭터 디자인입니다. 그리고 킹핀에게 쓰러지고 마는 스파이더맨. 이 광경을 숨어 지켜보던 마일즈는 달아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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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Q라인 지하철이 선명히 보이네요.

‘닫히는 문에서 떨어지세요’ 라는 안내 방송을 코로나 때문에 너무 오랜만에 들어 반갑기까지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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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스퀘어도 나오네요. 뉴욕이라는 배경은 수퍼 히어로물에서 즐겨 등장하는 지역입니다. DC에서도 고담씨티는 명백하게 뉴욕을 배경으로 만든 도시죠. 스파이더맨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도 맨하탄 고층 빌딩을 겅중겅중 날라다니는 모습이겠죠.

참고로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여러 패러디들이 보이는데, 영화 포스터 패러디도 두 개나 보입니다. 감독이 좋아하는 작품이라 넣은 것인 듯 싶네요. 재미로 두 작품을 소개 드리면,

출처: https://www.bestbuy.com/site/shaun-of-the-dead-includes-digital-copy-4k-ultra-hd-blu-ray-blu-ray-2004/6372548.p?skuId=637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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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드라이버>로 유명한 영국 감독 에드가 라이트의 2004년 코믹 좀비물 <Shaun of the Dead>,

출처: https://www.eonline.com/news/763842/bridesmaids-5-years-later-the-movie-s-secret-to-becoming-a-cultural-and-feminist-sensation

출처: https://www.eonline.com/news/763842/bridesmaids-5-years-later-the-movie-s-secret-to-becoming-a-cultural-and-feminist-sensation

폴 페이그 감독과 크리스틴 위그, 마야 루돌프, 멜리사 맥카시 등 지구 상 가장 웃긴 여자 코미디언들이 모두 뭉친 2011년작 <Bridesmaids>가 보이네요.

두 작품 모두 한 치의 우려 없이 소개시켜 드릴 수 있는 수작이죠.

출처: https://www.flickeringmyth.com/2019/02/two-secret-stan-lee-cameos-from-spider-man-into-the-spider-verse-revea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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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스파이더맨 물품을 사러간 마일즈가 그 곳에서 만난 아저씨는…

바로 스탠 리 입니다. 마블 영화에는 빠지지 않고 카메오로 등장해 잔재미를 주는 마블의 주역 중 한 명은 심지어 그가 죽고 난 후에 개봉된 이 영화에도 어김없이 얼굴을 비춥니다.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마법이겠죠. 그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 우리는 예기치 못한 그의 등장에 적잖은 놀라움과 예기치 않은 슬픔까지 느끼게 됩니다. 멋있는 대사 역시 하나 날려 주시구요. (대사 내용은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스파이더맨 가면도 샀겠다,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간 마일즈는 선배 스파이더맨이 모두 거쳐간 고층 빌딩 leap of faith에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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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도 묶지 않은 신발끈때문에 추락하고 맙니다. 여러 번 등장하는 신발끈을 보면 뭔가 의미가 있어 보이죠? 영화는 이런 식으로 모티프를 여러 번 보여줘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케 하는 수법을 쓰곤 합니다. 물론 어떤 해석을 하느냐는 본인 나름이죠. 이런 다양한 해석 가능성이 영화와 예술의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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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대로 된 수련에 실패한 마일즈. 절망하고 있던 그에게 다가오는 낯선 그림자.

그는 피터 파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분명 그는 아닙니다.

흰머리도 있는 것이 훨씬 늙어 보이네요. 뱃살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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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연 누구일까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마일즈가 신발끈을 끝내 안 묶는 이유는 무엇이고, 결국 묶게 될까요?

과연 이 영화가 끝났을 때, 마일즈는 무엇을 배우고 성장하게 되었을까요?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2578149376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4633694/mediaviewer/rm2578149376

여기가 러닝타임 35분 정도의 시점입니다. 뒤쪽으로 가면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아지는데, 더이상의 스포일러를 우려해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직접 영화를 보고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처음으로 같이 읽어본 영화였는데 어떠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시간은 많이 들었지만, 저 역시 영화를 다시 음미해보면서 내가 왜 이 영화가 좋았는지, 그리고 더 크게는 영화라는 매체를 내가 왜 재미있어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습니다. 저는 조만간 또다른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다들 코로나로 육체/정신적으로 힘드실텐데, 건강하시고 좋은 영화 많이 보시길 바랍니다.

Writer: Seil Kim I 김세일 <seil88.ka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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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K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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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pt Korea New York 2019 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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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다가오는 2019 F/W 시즌을 위해 뉴욕 패션위크는 디자이너들과 모델, 그리고 패션업계 종사업자들로 한창 붐비고 있었다. FIT에 재학중인 나는, 학교를 통해 요청이 온 CONCEPT KOREA 패션쇼의 서포터즈 지원하게 되었다.

자료출처 : 컨셉코리아 인스타그램

한국의 패션을 세계에 알리고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세계 진출을 위해 한국 문화 체육 관광부 한국 콘텐츠 진흥원10년째 진행해 오고 있는 프로젝트인 CONCEPT KOREA. 이번 2019 F/W시즌에는 한국의 전통성을 현대 기술로 복원하여 과거와 미래의 연결성을 패션으로 재해석한 브랜드 IISE와 페미닌과 매니쉬함의 조합을 모던 라이프 스타일로 풀어내는 브랜드 LIE (LEE Chung Chung)가 참여했다.(1)


뉴욕 매거진과 백스테이지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청청 디자이너

뉴욕 매거진과 백스테이지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청청 디자이너

2월 9일 토요일, 6가에 위치한 Johns Lane Gallery1에 나를 포함한 20여명의 서포터즈들이 도착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쇼 시작전 게스트들을 위한 선물 포장이었다. 총 200여개의 뷰티 제품들과 브랜드 티셔츠 등을 서포터즈들이 하나 하나 정성들여 포장하였다.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섞인 서포터즈가 두 팀으로 나뉘어 본격적으로 IISE와 LIE를 도왔다. CONCEPT KOREA라는 패션쇼가 외국인들 에게는 생소할 수 있을텐데도 불구하고 미국인 서포터즈가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새롭게 다가왔다. 한 미국인 서포터즈에게 이곳에 지원한 이유를 물어 보니, 작년에 우연히 참가했다가 굉장히 즐거웠던 경험이 기억에 남았고, 한국 브랜드들의 유니크한 디자인에 매력을 느껴 올해에도 지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2017년 CONCEPT KOREA 패션쇼 서포터즈로 참가했을 땐 한국인들 뿐이었는데, 2년 안에 다양한 인종의 서포터즈들이 한국 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CONCEPT KOREA의 10년 동안의 노력이 어느새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것 같아 뿌듯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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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테이지 리허설 사진.

쇼 디렉터가 모델들에게 설명을 하고있다.

IISE 브랜드의 쇼 라인업 보드

IISE 브랜드의 쇼 라인업 보드

나는 브랜드 IISE의 서포터즈를 맡았다. IISE의 옷에서 서울 거리의 모습과 한국 전통 문양이 패턴으로 만들어진 부분이 가장 눈에 띄었고, 전체적으로 무채색 톤을 사용한 이유가 궁금 했었는데, 리허설 당시에 디렉터님이 “한국은 지금 미세 먼지로 많이 아프고, 우리는 피할수 없는 한국의 미래를 옷으로 표현한 거야!” 라며 한국의 상황을 잘 모를 수 있는 외국인 서포터즈들이 이해하기 쉽게, 열정적으로 설명하시는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산소 호흡기가 패션 아이템으로 나온 컬렉션에서 현재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현상이 실제로 다가온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니, 문제의 심각성이 피부로 와 닿았다. 그리고 패션을 현 시대 문제를 반영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는 매개체로 사용한 IISE가 앞으로는 또 어떤 주제를 가진 콜렉션을 보여줄 것 인지의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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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SE는 이번 콜렉션에서 미래와 과거의 연계성을 찾고 미래에서 유일하게 명확한 것은 과거라는 것을 보여 주고자 했다고 한다.

자료 출처 : 컨셉코리아 인스타그램

자료 출처 : 컨셉코리아 인스타그램

정신없이 리허설이 끝나고 쇼가 시작 되었다. 나를 포함한 몇몇 서포터즈들은 게스트들의 입장을 도우며 쇼를 관람 했다. 한국의 답답한 공기를 표현한 듯한 뿌연 연기가 스테이지에 올라왔고, 한국의 전통 문양을 닮은 듯한 검고 굵은 직선으로 면 분할이 이루어진 옷과 함께 쇼가 시작 되었다. 스포츠 웨어로 많이 쓰이는 직물에 천연 염색과 디지털 프린팅이 혼합되어 간결한 실루엣으로 디자인 된 컬렉션이었다.  IISE는 이번 콜렉션에서 미래와 과거의 연계성을 찾고 미래에서 유일하게 명확한 것은 과거라는 것을 보여 주고자 했다고 한다.(2)

쇼에서 인사하는 김인태, 김인세 디자이너.자료출처: 컨셉코리아 인스타그램

쇼에서 인사하는 김인태, 김인세 디자이너.

자료출처: 컨셉코리아 인스타그램


쏟아지는 박수 갈채와 함께 IISE의 쇼가 끝나고, 한국의 전통 사운드와 팝이 믹스된 음악이 울려 퍼지며 브랜드 LIE의 컬렉션이 시작 되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를 유니 섹스한 실루엣과 스포티함으로 재해석한 IISE와 달리, LIE는 자연주의 적인 부드러운 파스텔 톤과 여성적인 모던함을 시스루와 세틴 페브릭의 믹스 매치하여  playful한 실루엣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3).

자료 출처 : 컨셉코리아 인스타그램

자료 출처 : 컨셉코리아 인스타그램

LIE 는 이번컬렉션에서 ‘서울의 조화’라는 테마로, 역동성과 역사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도시 서울의 도회적 모습과 복고를 동시에 표현하고자 했다.

서포터즈를 하면서 가장 인상적이 었던 점은,

디자이너분들이 서포터즈들을 대하는 태도였다. 바쁘고 정신없는 백스테이지 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학생인 서포터즈들에게 좀 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 노력하는 디자이너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볼수 있었고, 덕분에 서포터즈들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쇼를 마칠수 있었다.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갖춘 이번 시즌 CONCEPT KOREA의 브랜드 IISE와 LIE의 디자이너들이 앞으로 더 승승 장구 하길 바라며 큰 꿈을 가지고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수 많은 한인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길 기대한다.

Writer: HaeIn Won I 원해인 <haein.kana@gmail.com>
Editor: Yourhee Minㅣ민유리 <yourhee.kana@gmail.com> , Jennifer Leeㅣ이제니 <jennlee.kana@gmail.com>

이청청 디자이너님과 찍은 사진

이청청 디자이너님과 찍은 사진

 

Citation

  1. (n.d.). Concept Korea. Retrieved fromhttp://www.conceptkorea.org/bizdemo6317/korea/menu04/conceptkorea19.php

  2. 홍승해. (2019, February 12). 이세, 뉴욕패션위크서 2019 F/W 컬렉션 공개. Retrieved from http://www.fashionbiz.co.kr/TN/?cate=2&recom=2&idx=170804

  3. 김희정. (2019.02.12). 브랜드 라이 뉴욕에서 19FW 컬렉션 공개. Retrieved from http://www.wsobi.com/news/articleView.html?idxno=69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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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K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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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뮤지컬 컴포트 우먼, 이 무대에 서기까지 과정이 어떠셨나요?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나라가 아닌 뉴욕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오디션 사이트에서 작품 공고를 보고 영어로 노래하는 영상과 연기하는 영상을 보냈고, 예비군 훈련이 끝나고 집에 가던 도중 최종 합격 전화가 왔을 때, 너무 기뻐서 군복을 입고 행복해 하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How did you find the opportunity to play a role in “Comfort Women: A New Musical”?

I applied for the role in the audition, because, as an actor born and raised in Korea, it was a great opportunity for my identity to be presented to the audience in New York. I sent an audition video of myself singing and acting in English to the casting team. On my way back from the reserve force, I received a call from the production team, presenting an offer for the role. I still remember myself getting excited in a military uniform. (laugh)

 

2.  무대에 섰을 때 느낌이 어떤가요?

배우들 중에 유일하게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 무대에 서는 매 순간마다 큰 긴장감을 좀처럼 떨쳐버리기 어려워요. 하지만 커튼콜 때 날아오는 박수 소리는 그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이 무대에 설 수 있게 저를 선택해 준 컴포트 우먼팀과 항상 저를 응원해주는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제 은사님이신 이지나 선생님, 박삼규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웃음)

How did it feel to be on the stage?

Every time I get up on the stage, I am always the most nervous one out of the group because English is not my first language. However, when I hear applause from the audience at the end of the performance, the cheer blows me away every single time. I am thankful for the Comfort Women team for providing me with this amazing opportunity and my family, friends and mentors- Jina Lee and Sam Gyu Park- for their continuous sup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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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뮤지컬하면서 가장 좋은 점, 힘든 점 하나씩 꼽는다면?

무대에 서면서 좋은 점이 참 많은데 가장 좋은 점을 굳이 꼽으라면, 저는 무대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느끼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배우는 관객의 박수와 환호를 통해 에너지를 받고 살아가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힘든 점은 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계속 노력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해요. 관객들은 매번 바뀌지만 무대에서 연기하는 저희들은 항상 같은 대사와 큐로 움직이거든요. 작품에 익숙해지면서 비싼 돈을 주고 먼 걸음을 한 관객들에게 지루하고 뻔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나 항상 되돌아보며 채찍질하는 점이 가장 어려운 거 같아요.

 

What are the pros and cons of being a musical actor?

There are a lot! The best part would be directly witnessing the reactions of the audience from the stage. I believe actors live off of the energy they get from the audience. When I see and feel their emotions from my acts, it feels like they are a part of the show like the actors.  
The hardest part of being an actor is being aware of my acting skills in order to avoid falling into a habit of mannerism. We – actors and actresses - follow the same routine and pattern in every performance, but new audience come in every day, and they would be watching our show for the first time. Due to these thoughts, we worry about showcasing a mundane act to the audience, as we are used to the story and the routine, and we do our best to be aware of these mentalities in order to present the best 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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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익숙해지면서 비싼 돈을 주고 먼 걸음을 한 관객들에게 지루하고  뻔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나 항상 되돌아보며 채찍질하는 점이 가장 어려운 거 같아요."

"We worry about showcasing a mundane act to the audience, as we are used to the story and the routine, and we do our best to be aware of these mentalities in order to present the best performance."

4.  다른 외국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떠신가요?

한글이 아닌 영어로 연기를 하는게 처음이라 초반에는 굉장히 어색하고 서로 반응하는게 낯설었는데, 동료들의 도움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나아지고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How is the experience of acting with foreign actors?

This is my first time acting in English, and it was initially tough and awkward. My team supported my lingual skills during our practice, and we were able to get more comfortable with one another. As the cast is now much closer, we are now able to bring our close emotional connection to the stage.  

 

5.  민식 언더스터디로 시작해서 다양한 앙상블들을 많이 맡으셨는데, 어떻게 다 커버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요.

뉴욕에 처음 왔을 때 아는 사람도 없고 할게 많이 없어서 운동과 대본을 보는 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어요. 연습실에서 다른 사람들이 연기하는 걸 녹음, 녹화 한 뒤 따라하면서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친한 동료배우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요.

You started off with understudying the role of Minsik, and you took part in various ensembles. How did you manage to cover so many roles?

When I first came to New York, I didn’t know anyone, and I did not have much to do in the city. Most of the time, I was either exercising in a gym or reading the scripts. I recorded performances of my team, and I watched the videos in order to practice and learn from them. Certainly, I couldn’t have done this without my colleagues’ support.

 

 
 
 

6.  뉴욕이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첫인상이 어땠나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많은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거리는 항상 바쁘고, 특히 지하철 체계가 서울에 비해 너무 어려워서 길도 많이 헤맸어요. 하지만 뉴욕의 하늘은 그 어디에서 본 하늘보다 아름다웠어요!

This is your first time in New York! What was your first impression of the city?

Frankly, I had no idea what was going on in the city. All streets are busy and full of tourists. New York subway, especially, gave me a hard time. NYC is more complicated than Seoul, and I got lost numerous times. However, I think New York City has the most beautiful skyline in comparison to other cities that I visited.

 

 

7.  앞으로 또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설 기회가 생긴다면?

그런 감사한 기회가 또 온다면 꼭 다시 한 번 뉴욕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지금보다 더 많이 발전한 상태에서요!

What would you do if you found another opportunity in a Broadway show?

I would love to come back to New York again! Of course, I hope I would be a more prepared and mature actor by that time.

 

8.  뉴욕에 오기 전과 지금, 스스로에게 가장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머리 길이’ 예요. 한국에서 길러온 머리를 전부 잘라 버렸거든요. (웃음) 농담이구요, 더 감사한 마음으로 삶에 임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기회가 절대 쉽게 오지 않는걸 알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매일 하게 되요. 연기를 늦게 시작한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자 라는 마음으로 지금 살고 있습니다. 바쁜 하루가 지나가면, 가끔은 제가 미국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이제 막공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웃음) 마지막 날 까지 후회없이 모든 것 보여드리고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Do you feel different about yourself after your journey in New York?

The length of my hair. I had to shave all of the hair that I grew in Korea! (laugh) Truthfully, I was able to get a chance to appreciate my life even more sincerely than ever before. I know this kind of opportunity doesn’t often come to an actor, and I always remind myself of how lucky I am to be here. I started my acting career later than others. I have so much to catch up on in comparison to the more experienced actors, which keeps me humble and hardworking in my line of work. I only have few weeks left in New York, and I still cannot believe that I have been performing on a stage in New York off-Broadway! I will be sure to put up the best performance until the last day of the show!

 

 

9.  한국에 돌아가서 가장 먼저 하고싶은 일은 뭔가요?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가장 먼저 먹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 작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가야죠.

What is the first thing you want to do when you go back to Korea?

I am craving my mother’s cooking so much. I can’t wait to eat her food soon. I will continue to work hard for my next stage! I will keep moving forward with my passion wherever I am in the future.

 


뮤지컬 <컴포트 우먼>은 9월 2일까지 Peter Jay Sharp Theater 에서 절찬리에 공연 중에 있습니다.
공연이 막을 내리기 전에, 배우 이종석씨를 무대 위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Comfort Women: A New Musical> opens until September 2nd at Peter Jay Sharp Theater.
Come and find Andrew Lee on the 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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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Yourhee Min I 민유리 <yourhee.kana@gmail.com>, Steve Seong I 성정모 <jeongmo.kana@gmail.com>
Editor:  Jennifer Leeㅣ이제니 <jennlee.ka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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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K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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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모 이야기야?’

 

“Is it a story about caretaker?”

Comfort Women이라는 뮤지컬을 보고왔다는 나의 말에 미국 친구들은 이렇게 되물었다. 나는 그제서야 Comfort Women이라는 단어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그리고 존재해서는 안되는 단어라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했다.

My friends asked this question when I told them I was going to watch the musical Comfort Women. It was clear that comfort women is a term that did not exist in the world and a word that should not exist.

Comfort Women 뮤지컬이 뉴욕에서 공연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비록  Comfort Women 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위안부에 대한 내용임을 직감했다. 한국의 역사를 배우며 자라온 한국 사람이라면 '위안부'를 직역한 'Comfort Woman' 이라는 제목의 뮤지컬에 대해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놀랍고 신기한 마음 한켠으로 이런저런 걱정이 앞설 것이다.

When it was announced that Comfort Women musical would be performing in New York, it was immediately clear what the story would be about. As a person who grew up learning about Korean history, it was peculiar how Comfort Women would portray the subject of comfort women. A surprised and peculiar mindset was formed with a following emotion of anx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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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위안부 여성의 이야기가 왜곡되지 않게 전달될수 있을까? 혹시나 위안부 여성분들에게 실례가 되는 연출이 나온다면?

Could the stories of comfort women be properly conveyed to foreigners, who are not familiar with the subject, without the contents being distorted? Would there be interpreted subjects of the story that the victims of the event may find offensive from the p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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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fort” 본연의 뜻과 달리 무거운 역사적 사실을 공연장에서 마주할 관중들을 생각하니 어떤 공연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With a term with a contrasting definition of "Comfort," a heavy historical subject, being presented in a theater, it was hard to grasp a sense of the upcoming performance.

많은 질문들을 뒤로한채 나는 제작진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마음으로 관람날짜를 골랐다. 자칫 자신과 관계없게 느껴질수 있는 어려운 역사적 비애를 외면하지 않고, 세계의 중심인 뉴욕에서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자 한 국민의식을 가진 그들이 내심 자랑스러웠기에 나도 공연을 관람함으로써 작은 응원의 손길을 보내고 싶었다.

After a thorough contemplation, to show appreciation to the production crew, I chose to attend on the date of the preview night. I was proud of the crew, who had a national conscious drive to tell the story in New York, the central buzz of the world, fully embracing the historical sadness and difficulty, which may seem unrelated to the people of this generation on the surface .

 

416 W 42nd street에 위치한 Playwrights Horizon Theater 4층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많이 보이는 한국인이 아닌 관람객들에 적잖이 놀라며 문득 “내가 잘아는 한국역사라는 이유로 당연히 위안부를 ‘관심가지기 어려운 내용으로 치부해버렸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The musical played on the 4th floor at Playwrights Horizon Theater at 416 W 42nd Street. It was surprising to see that a lot of the audience were not Korean. I began to wonder, “Since I am well-versed in Korean history, did I misinterpret comfort women as a subject that is difficult to present to the 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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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어두워지고, 내내 Comfort Women 을 띄우고 있던 스크린에 Comfort Women 대신 Sex Slave 라는 단어가 나타났다.  내심 속으론 ‘헉’했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보다 더 정확한 설명이 있을까?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성노예가 된 여성들, 그녀들을 우리는  ‘위안부’ 라고 부른다.

The lights dimmed. The projected copy ‘Comfort Women’ on the curtain swiftly switched to the copy ‘Sex Slave.’ It was internally shocking, but it had to be accepted. There is no better definition the experience that these women went through. We refer women, who were forced to become sex slaves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rule, as 'comfort women.'

스크린이 올라가고 무대가 나타났다. 동양인 배우보다 다인종 배우들이 더 많은 무대를 보며 신기해 하는것도 잠시, 여자주인공 ‘김고은’의 노래소리에 점점 더 공연에 집중하게 되었다. ‘김고은’ 역은 한국/미국 혼혈인 아비게일이라는 배우가 맡았는데, 동서양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외모의 그녀가 한복을 입고있는 모습이 뉴욕에서 공연되는 한국의 뮤지컬을 보고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아비게일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며 ‘김고은’이 되어갔을까?

The curtain went up and the stage appeared. As soon as the show started, the present multi-ethnic actors on the stage, in comparison to an all Asian cast, fascinated me. Over time, I was encapsulated by the actress who was acting and singing as the female lead character Kim Go-eun. The actress who was playing Kim Go-eun, was Abigail Choi Arader, an actress with mixed ethnicities of Korean and American heritages. Her East & West ethnicities wrapped with hanbok apparel seemed to perfectly reflect the stance of a Korean musical playing in New York, a Western venue. I wondered what Abigail must have been feeling as she immersed herself as Kim Go-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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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의 시작은 꿈많은 어린 여성들이었다.

 

All women started off with high hopes and dreams.

공연은 한국인 여성들이 왜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는지 부터 시작된다. 갖가지의 사연이 있는 한국 여성들이, 일본의 사탕 수수 공장 찌라시를 받고 부푼마음으로 각자의 꿈을 이야기한다. 일본에 간 남편을 만나는 모습, 고아로써 겪는 굶주림에서 벗어나는 모습, 긴자의 멋진 가수가 되는 모습등 위안부의 시작은 꿈많은 어린 여성이었음을 보여 준다. 김고은 또한 좀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며 홀로남은 어머니를 뒤로한채 배에 올라탄다.

The show started off with the reasons on why the Korean women left for Japan. With the promise of affluent jobs at a sugarcane factory in Japan, everyone shared their stories and dreams with great excitement over their upcoming future; the thought of reuniting with her husband who went to Japan, getting out of hunger as an orphan, becoming a great singer in Ginza, etc. All women started off with high hopes and dreams. Go-eun also set off to obtain a better future for her family, leaving her sick mother back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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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여성들에게 찌라시와 계약서를 건네며 밝고 정감가는 말투로 그들 인생에 있어 “놓치면 안되는 기회!”라고 말하는 일본인. 그의 익살스러운 연기에 외국인들은 대부분 웃었지만, 나는 웃을수 없었다. 그리고 극이 진행될수록 나는 점점 더 커져가는 울분을 감출수 없었다. 희망을 얘기하던 소녀들은 순식간에 공포에 질린 얼굴로 일본군의 손에 의해 샤워실로 끌려간다. 하루에 50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일본군을 상대해야 했던 그녀들의 일상이, 3분 남짓한 시간동안 꼭두각시 같은 모습의 여배우 주변을 뱀같이 유린하는 수많은 손들과 힘없이 끌려 다니던 그녀의 몸으로 표현되었다. 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주는 장면이었다. 꿈많은 그녀들의 용기있는 선택과 그녀들의 삶이 비참하게 뭉게 져 버린것이다.

A Japanese businessman was seen frolicking around the stage, handing out pamphlets of new job opportunities to vulnerable females, promising a once in a lifetime opportunity with an affluent future. Most of the non-Korean audience laughed at this humorous performance, and I could not. As the play progressed, my anxiety only deepened. As soon as the boat arrived at the shore, the girls, who were just talking about their hopes and dreams, were dragged out by the Japanese infantries to the shower stations, where they were forced to wash themselves up, with expressions full of shock and fear over their faces. Then, a woman’s body was effortlessly dragged through multiple directions, like a wired marionette, for extensive 3 minutes by the slithering wrappings of multiple male hands, depicting the comfort women’s daily routine of ‘comforting’ 50 to 100 Japanese soldiers a day. Despite the anticipation of the event, the scene still left a shocking mark in the audience. The dreams of these aspiring women were miserably discarded.

 

몇분전까지 웃음소리로 가득 찼던 공연장은 조용해 졌고, 간간히 흐느끼는 소리도 들리는 듯 했다.

The venue, which was filled with laughter a few minutes ago, was now silent and filled with s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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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속에서 위안부 여성들은 탈출을 도모한다. 그녀들은 희망과 용기를 노래했지만, 섬짓한 붉은 색의 욱일기와 괴수가 그려진 우산을 든 일본군의 행렬 속, 도깨비 가면을 쓴 그들의 모습이 드러나며 무대는 다시 공포감으로 휩싸였다.  

In this mismal and harsh setting, comfort women planned an escape. They all sang with hope and courage, but their faiths were drowned out by the progression of the Japanese army, engulfing the scenery with rolls of red umbrellas with demonic engravings. The umbrellas revealed the demonic masks covering the infantries’ faces, filling the stage with fear.

 

그러던 와중 일본 군인들 속에서 유일한 한국인 이었던 ‘나카무라’와 고은이 만나게 된다. 그는 본인도 일본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구타와 폭력이 끊이지 않는 삶을 살고있었다.

Among the Japanese units, Nakamura, a Korean male character who enlisted as a Japanese soldier, and Go-eun was able to meet. Despite the fact that Nakamura enlisted as a Japanese soldier, he was living a life of constant solitude and beatings due to the fact that he was born 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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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삶을 연명하는 것이 목표였던 나카무라는 고은을 만난 후 부터 조금씩 변하게 되고, 결국 위안부 여성들의 탈출을 돕게된다. 그는 자신이 한국인인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었다.

Nakamura, whose only motivation was to survive, gradually changed his view once he met Go-eun, ultimately helping the women escape the dreary place. In the end, he decided not to forsake his Korean ident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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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분 동안 ‘Comfort Women’은 위안부 여성들의 고통과 전쟁이 낳은 많은 비극들, 그리고 강제적으로 놓여진 상황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따라 배신 또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두 녹아 있었다.

Over the course of 110 minutes of the show, Comfort Women showcased the tragedies the comfort women had to go through and the resulting victims of the war. In the face of the forced environment, devoid of human rights, people were betrayed and killed as they followed their values until the end.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러한 우리나라 역사적 실화를 다룬 내용을 마주하는건 나에게 무서운 일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기에, 극장에 들어온 순간 부터 마음이 무거워질 수 밖에 없었고, 함께 관람한 지인은 집중해서 보면 그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 극 중에 의식적으로 계속 다른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인 여성으로서 나와 관계가 없는 이야기가 아니기에, 공연을 보는 순간만이라도 그녀들의 슬픔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극을 보기 전의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극 중에는 한장면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 했다. 우리는 그녀들의 아픔과 슬픔을 계속 기억하고, 고마움을 간직하며 역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Comfort Women’ 제작진 및 배우분들이 위안부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용기있게 드러내줘서 너무 감사하다.

Truthfully, for me, the story was a scary experience and it was hard to accept this harsh historical reality. I had a heavy heart the moment I entered the theater. I even tried to distract my thoughts by thinking of a different topic in my head as sorrow welled up in me as I looked upon my acquaintances, who were watching the show with me. As a Korean woman, this is not a story that is distant from me, nor to anyone out there, and I did not want to ignore the sorrow that comfort women went through. We have to remember the pain and courage the women endured through the experience in order to make sure this tragedy never repeats itself. I am grateful to the crew and actors of Comfort Women, who took on a brave action to raise awareness of these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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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우리만의 이야기를 공연하고, 나아가 브로드웨이에 아시안 배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싶어 기획을 하게 됐다는 Comfort Women 팀. 그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인해 Comfort Women은 작년 Off-Off Broadway를 시작으로 올해 Off-Broadway에서 한단계 성장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이같은 성장을 기대하며 언젠가는 Miss Saigon같이 New York Broadway를 대표하는 뮤지컬이 되어주길 소망한다.

The ‘Comfort Women’ team were inspired to make this production in order to showcase underrepresented stories from their culture and to provide more acting opportunities for Asian actors and actresses on Broadway. Through their hard-working efforts, the team was able to bring the musical from Off-Off Broadway, where the show first premiered, to Off-Broadway with a successful debut. We look forward to the successful growth of the musical, hoping that it will one day reach a similar height as Miss Saigon and become one of the musicals that represents NYC Broad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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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드디어 일본으로 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룬 날이다.

그로부터 73년 후인, 2018년 8월 15일엔 뉴욕의 중심인 Time Square와 몇 블럭 떨어지지 않은 극장에서 위안부 여성들의 이야기가 공연된다.

On August 15th, 1945, Korea finally achieved complete independence from Japan.

After 73 years, August 15th, 2018, the stories of comfort women are showcasing in a theater near Times Square, the center of New York.

 

오늘이 오기까지 희생한 많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오는 8월 15일,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낼 계획인가요?
Many hardships and sacrifices had to made to reach August 15th. How would you like to commemorat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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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Hae In Won I 원해인 <haein.kana@gmail.com>, Steve Seong I 성정모 <jeongmo.kana@gmail.com>
Editor:  Jennifer Leeㅣ이제니 <jennlee.kana@gmail.com>

Photo Credit: N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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