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2018)
IMDB: 8.4/10 | Rotten Tomatoes 97%
*이 글은 영화의 러닝타임 35분 정도의 이야기만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시점까지의 스포일러는 포함되어 있지만, 핵심적인 스포일러는 미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KANA의 김세일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본의 아니게 방콕하게 되신 분 많을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넘치는 시간에 뭘 할까 고민하다, 제 유일 취미인 영화 감상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짓을 생각해봤습니다.
같은 영화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영화가 됩니다. 열 사람이 보면 열 개의 다른 영화가 태어납니다. 사람마다 관점이나 배경지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모든 예술이 그렇듯 영화도 그러합니다. 그게 예술의 위대한 점이겠죠.
영화 감상을 취미로 하다 보니, 저도 영화를 볼 때 저만의 관점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과 같기도 다르기도 하겠죠. 누가 옳은 건 없습니다. 애초에 답은 없으니까요. 다르단 건 오히려 좋은 겁니다. 모두가 영화를 보고 똑같이 생각한다면 얼마나 지루한 세상일까요. 그래서 제 생각을 먼저 밝히려 합니다. 바라건대 다른 분들의 생각도 듣고 싶습니다.
영화를 감상하는 방법 역시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해보려는 것은 영화를 ‘읽는’ 것입니다. 영화의 한 씬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지만, 각 장면은 감독의 고심 끝에 나온 결과입니다. 같은 각본도 영상으로 디자인하는 방법은 무한하고, 여기서 감독의 연출력이 드러납니다. 찰나에 지나가는 씬을 음미하면, 감독의 생각과 실력이 보입니다. 저는 이렇게 영화를 ‘읽어 보려’ 합니다.
첫 작품으로는 2018년에 개봉했던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를 골랐습니다. 스파이더맨은 이미 3번의 상업 영화 시리즈로 만들어졌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슈퍼히어로 중 하나죠. 심지어 마블이라는 슈퍼히어로 브랜드 영화 시작 전부터 스파이더맨은 있었으니까요.
스파이더맨이 이렇게 자주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파이더맨 영화가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외부 투자를 받아 만들어집니다. 아주 작은 인디 영화 혹은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만큼 부자가 아닌 다음에는요. 투자가 이익을 남길 수 있어야 영화는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파이더맨 영화가 특히 돈이 되는 이유는 뭘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의 이유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인 피터 파커가 어리기 때문입니다. 어린 주인공을 쓸 때 상업 영화로서 다양한 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귀여우므로 대중의 호감을 쉽게 삽니다. 반대로 죄 없는 선한 청년의 비극은 더 슬프기도 하지요. 또한 어린 주인공은 비교적 넓은 연령대를 커버 가능합니다. 어린이들부터 어른 관객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죠.
대중성뿐 아니라 스토리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습니다. 많은 영화가 주인공의 성장을 다룹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의 주인공은 분명히 다른 사람입니다. 영화의 이야기를 겪으면서 성장했기 때문이죠. 주인공이 어릴수록 성장 스토리를 만들기 쉽습니다. 피터 파커와 같은 사춘기 소년이라면 더욱더 그렇죠.
그 결과 스파이더맨은 세 번의 시리즈로 이미 나왔습니다. 마지막 시리즈는 아직 진행 중이고요. 스파이더맨을 연기한 배우를 기준으로, 토비 맥과이어(2002-2007; 3편; 75년생) / 앤드류 가필드(2012-2014; 2편; 83년생) / 그리고 톰 홀랜드(2017- ; 2편; 96년생)의 시리즈가 존재합니다. 오늘 읽어볼 영화는 이들과 별도 작품입니다. 하지만 모든 스파이더맨 시리즈처럼 핵심 소재와 주제 의식은 유사합니다.
첫 포스팅이라 인트로가 길었네요. 각설하고 영화 속으로 들어갈게요.
영화가 시작하면 오프닝 크레딧이 시작됩니다. 근데 오프닝부터가 색다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컬럼비아 픽쳐스의 여신상이 여러 개의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 요즘은 극의 정조를 최대한 빨리 보여주기 위해 오프닝 크레딧도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위를 타파하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트렌드입니다. 이렇게 하나의 여신상을 여러 모습으로 변주하여 보여주는 이유는 영화가 좀 진행되면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영화의 첫 씬입니다. 여러 번 리부트된 시리즈이다 보니, 새로 시작되는 모든 스파이더맨 영화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관객들이 이미 여러 번 본 스파이더맨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입니다. 자칫 관객을 지루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떻게 스파이더맨이 되는지 설명 안 하고는 주인공의 before / after를 보여주기가 힘듭니다. 이 영화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선택은 뭘까요?
이 영화는 재밌는 선택을 합니다. 굳이 말하면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합니다. 일단 처음부터 모두가 아는 내용이란 거 나도 안다고 선빵(?)을 날리고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이야기하겠다는 대사는 이를 염두에 둔 말이죠.
그리고는 나머지 이야기라며 기존 시리즈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3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모두 보여줍니다. 여기에서 재밌는 점은 이 축약이 마치 만화책과 같은 형태로 보인다는 겁니다. 아래 캡처를 보면 의도적으로 화면을 세 개로 분할했습니다. 마치 코믹스 만화를 보는 것 같죠. 그리고 소리도 굳이 텍스트로 적었습니다. 영화는 소리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소리를 텍스트로 적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건 만화책이 하는 방식이죠.
모두가 알 듯 스파이더맨은 마블 코믹스라는 만화책이 원전입니다. 이를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자신의 기원(origin)을 껴안습니다. 다수의 관객이 (특히 미국은) 코믹스의 팬이기 때문에, 이 방법은 취향을 제대로 저격합니다. 이런 표현 방식은 이 영화 전체에 걸쳐 지속합니다.
그리고 OST가 흐릅니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은 우리의 진짜 주인공입니다. 노래는 포스트 말론의 ‘썬플라워’입니다. 이 영화의 OST로 나와서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좋은 노래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진짜 주인공인 마일스가 등장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다른 점은 주인공이 흑인이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3명의 스파이더맨 역을 맡은 배우는 모두 백인입니다) 심지어 엄마는 스패니시 계열입니다. 인종 문제는 미국의 가장 큰 사회 문제 중 하나입니다. 흑인이 주인공이 된다고 대수는 아니지만, 좋은 시도입니다. 물론 실제 성우도 흑인 배우입니다. 또 다른 점은 부모님이 모두 멀쩡하게 살아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후 등굣길이 롱테이크로 이어집니다. (그 와중에 헤드폰은 이 영화의 투자사 중 하나인 소니입니다) 이 쿨하디쿨한 롱테이크 장면을 보면 주인공이 얼마나 집 주변에 사는 아이들과 친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이후에 마일스가 전학 간 새로운 학교와 비교하기 위한 밑그림입니다.
그러다 넘어지면서 우연히 아버지가 몰던 차를 만나게 됩니다. 넘어진 이유는 신발 끈을 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경찰입니다. 경찰로서 아버지는 몇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엄격하고, 남성적이며, 자신의 명령을 관철합니다. 아버지는 스파이더맨을 싫어하는데, 이유는 스파이더맨이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을 지키는 데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평범한 대화입니다. 아버지는 대화하고 싶어하지만 사춘기의 아들은 듣는 둥 마는 둥이죠. 근데 여기에서 카메라의 위치가 재밌습니다. 굳이 앞에서 두 사람 모두를 잡았기 때문에 아버지는 커 보이고 아들은 아주 작아 보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철장이 있는데, 아버지는 팔을 옆 좌석에 올리고 있다보니 이 철장을 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다른 곳을 보고 있죠. 아버지는 아들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아들은 철장을 치고는 외면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물론 대사로도 이런 게 티가 나지만 대사를 듣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이 한 장면만 보아도 둘의 관계가 보이는 연출입니다.
최근에 전학 온 학교에 도착합니다. 이름만 봐도 뭔가 후덜덜하죠. 엘리트 사립 학교인가 봅니다. 이 샷에서도 마일즈와 학교는 사이에 창틀로 인해 분절되어 있습니다.
이 학교에 다니기 싫은 마일즈는 아버지와 실랑이를 벌입니다. 여기서 연출 역시 아버지를 철창 뒤에 두면서 아들이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주죠. 대사를 보면, 아빠가 삼촌을 좋지 않게 생각함을 알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후에 나오게 됩니다.
내 선택이라는 것이죠. ‘선택’이라는 것은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테마입니다.
이후 음악 한 곡이 흐르는 동안, 짧은 컷들이 빠르게 편집됩니다.
편집은 영화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요 부문을 보면 영화의 구성요소가 보입니다. 작품, 감독, 배우, 각본, 촬영, 음향, 음악, 시각효과 그리고 편집. 편집도 영화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입니다. 이 시퀀스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건 마일즈가 새로운 학교에서 얼마나 적응이 힘든지죠. 아침엔 손을 열심히 들었지만 결국 오후가 되어서는 더 소심해지고 맙니다.
마침내 길었던 학교가 끝나고, 지친 마일즈는 누군가를 만나러 갑니다. 이때 흐르는 OST는 노토리어스 BIG의 노래입니다. 투팍의 친구 혹은 적이자 총격으로 사망한 비운의 갱스터 래퍼죠. 영화는 이미 있는 흑인 가수들의 노래를 많이 가져다 씁니다. 결과는 성공적입니다.
무시무시한 갱스터 힙합을 듣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마일즈의 삼촌입니다. 삼촌이라는 존재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항상 중요합니다. 기존 시리즈에서 피터 파커의 양육자이자, 삼촌의 죽음은 파커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기도 하죠. 참고로 이 작품에서 삼촌의 목소리는 마허샬라 알리가 맡았습니다. <문라이트>와 <그린북>으로 2017년과 2019년에 오스카를 받은 핫한 흑인 배우죠. 애니메이션의 잔재미 중 하나는 탑 배우들의 출연입니다. 이 영화도 여러 명의 핫한 배우들이 나옵니다. 마허살랴 알리 이외에도 니콜라스 케이지, 헤일리 스타인필드, 크리스 파인 등이 그들입니다.
마일즈와 삼촌의 대화 중 잠깐 나오는 핸드폰 화면. 메신저로 QQ를 쓰고 있네요. 중국인이 아닌 미국인이 QQ를 쓰는 건 흔치 않습니다. 중국인들도 QQ보다는 위챗을 많이 쓰죠. QQ가 뜬금없이 나오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PP(Product Placement)입니다. 최근 중국 자본의 할리우드 진출이 자주 보입니다. PP뿐 아니라 제작까지 직접 하죠. QQ 메신저를 가지고 있는 텐센트도 제작을 직접 하기도 하는데, 최근 ‘미션 임파서블’에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할리우드 입장에서도 중국의 흥행이 최종 흥행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중국 관객들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야기로 돌아와 마일즈는 삼촌과 함께 둘만의 취미인 그래피티를 하러 갑니다. 그런데 굳이 이런 식의 앵글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장면은 오른쪽 상단에 나오는 거미의 시점 샷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거미는 빛나는 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예사로운 거미가 아닌 듯하죠.
거미에 물리자마자 뭔가 몸이 변하는 것이 표현됩니다. 이 표현마저도 코믹스의 셀 표현으로 되어 있네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몸의 변화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 피터 파커가 몸이 변하는 사춘기의 소년이기도 하거니와, 스파이더맨이 슈퍼 히어로가 된 이유는 그에게 육체적인 힘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힘과 함께 온 것은 책임이죠. 하지만 문제는 육체만큼 정신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죠. 이런 딜레마는 비단 슈퍼 히어로들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시절을 거쳤습니다. 육체적으로는 어른이 된 것 같지만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었죠. 그렇기에 성장이 필요하고 성장에는 고통이 따릅니다. 스파이더맨의 여정은 어쩌면 우리가 겪었던 성장통인지도 모릅니다.
다음 날, 마일즈는 부쩍 키가 컸음을 느낍니다.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해 밑에서 올려다보는 샷으로 찍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마음속 말이 만화처럼 말풍선으로 보이는 점입니다.
딱 보아도 코믹스가 떠오를 수 밖에 없는 표현이죠.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코믹스에 대한 애정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장면입니다.
그리고 변한 것은 몸뿐이 아닙니다. 손바닥에 접착력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친구의 머리카락을 잔뜩 뽑아버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본인이 다르다는 점이 너무나도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사춘기의 또 다른 특징입니다. 마치 내가 세상의 중심인 것 같고, 모두가 나에게 관심이 있어 보이죠. 그렇기에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입니다.
패닉에 빠져 도망치다 기숙사로 겨우겨우 돌아온 마일즈에게 보이는 것은 스파이더맨 만화책입니다. 인트로에서 나왔듯 이 세상엔 이미 스파이더맨이 존재합니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책도 있고요.
만화책을 보고 주인공은 본인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깨닫습니다. 본인도 스파이더맨과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요. 만화책을 통해서 배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저 역시도 만화책을 통해 연애를 배웠고 인생을 배웠습니다. 만화책은 저와 같은 세대에 인생에 대한 간접체험을 주는 선생님이었습니다. 당시 어른들은 노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어른이 된 우리 세대에는 만화책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애니메이터가 된 만큼 코믹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품고 있을 터, 자연스럽게 이런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답을 찾기 위해 현장으로 간 마일즈는 죽어 있는 거미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악당과 싸우고 있는 스파이더맨을 발견합니다.
그가 싸우고 있는 상대는 초록색 가고일입니다. 이는 당연하게도 원조(?) 스파이더맨 시절의 악당이었던 가고일을 떠올립니다. 아버지와 아들로 이어졌던 이 캐릭터는 원조 시절부터 스파이더맨을 봐왔던 오랜 팬들에 대한 팬서비스입니다. 참고로 과거 시리즈의 원조 가고일 역으로는 윌리엄 데포와 제임스 프랑코가 각기 아버지와 아들로 나왔습니다. 이외에 인상적이었던 악역으로는 알프레드 몰리나가 연기했던 옥토퍼스 박사가 있는데, 이 캐릭터 역시 이번 편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가고일을 뒤에서 조정하고 있는 보스가 엄청난 등빨을 자랑하며 등장합니다.
그의 이름은 킹핀.
딱 봐도 마피아 보스를 모델로 만든 것이 느껴지죠? 프레임 내 압도적인 공간을 잡아먹게 만듦으로써 이 인물이 얼마나 무서운 인물임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비현실적 비율로 뭔가 웃겨 보이는 효과도 노린 캐릭터 디자인입니다. 그리고 킹핀에게 쓰러지고 마는 스파이더맨. 이 광경을 숨어 지켜보던 마일즈는 달아나고 맙니다.
타임 스퀘어도 나오네요. 뉴욕이라는 배경은 수퍼 히어로물에서 즐겨 등장하는 지역입니다. DC에서도 고담씨티는 명백하게 뉴욕을 배경으로 만든 도시죠. 스파이더맨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도 맨하탄 고층 빌딩을 겅중겅중 날라다니는 모습이겠죠.
참고로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여러 패러디들이 보이는데, 영화 포스터 패러디도 두 개나 보입니다. 감독이 좋아하는 작품이라 넣은 것인 듯 싶네요. 재미로 두 작품을 소개 드리면,
<베이비 드라이버>로 유명한 영국 감독 에드가 라이트의 2004년 코믹 좀비물 <Shaun of the Dead>,
폴 페이그 감독과 크리스틴 위그, 마야 루돌프, 멜리사 맥카시 등 지구 상 가장 웃긴 여자 코미디언들이 모두 뭉친 2011년작 <Bridesmaids>가 보이네요.
두 작품 모두 한 치의 우려 없이 소개시켜 드릴 수 있는 수작이죠.
다음 날 스파이더맨 물품을 사러간 마일즈가 그 곳에서 만난 아저씨는…
바로 스탠 리 입니다. 마블 영화에는 빠지지 않고 카메오로 등장해 잔재미를 주는 마블의 주역 중 한 명은 심지어 그가 죽고 난 후에 개봉된 이 영화에도 어김없이 얼굴을 비춥니다.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마법이겠죠. 그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 우리는 예기치 못한 그의 등장에 적잖은 놀라움과 예기치 않은 슬픔까지 느끼게 됩니다. 멋있는 대사 역시 하나 날려 주시구요. (대사 내용은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스파이더맨 가면도 샀겠다,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간 마일즈는 선배 스파이더맨이 모두 거쳐간 고층 빌딩 leap of faith에 도전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묶지 않은 신발끈때문에 추락하고 맙니다. 여러 번 등장하는 신발끈을 보면 뭔가 의미가 있어 보이죠? 영화는 이런 식으로 모티프를 여러 번 보여줘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케 하는 수법을 쓰곤 합니다. 물론 어떤 해석을 하느냐는 본인 나름이죠. 이런 다양한 해석 가능성이 영화와 예술의 매력입니다.
결국 제대로 된 수련에 실패한 마일즈. 절망하고 있던 그에게 다가오는 낯선 그림자.
그는 피터 파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분명 그는 아닙니다.
흰머리도 있는 것이 훨씬 늙어 보이네요. 뱃살도 있구요.
그는 과연 누구일까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마일즈가 신발끈을 끝내 안 묶는 이유는 무엇이고, 결국 묶게 될까요?
과연 이 영화가 끝났을 때, 마일즈는 무엇을 배우고 성장하게 되었을까요?
여기가 러닝타임 35분 정도의 시점입니다. 뒤쪽으로 가면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아지는데, 더이상의 스포일러를 우려해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직접 영화를 보고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처음으로 같이 읽어본 영화였는데 어떠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시간은 많이 들었지만, 저 역시 영화를 다시 음미해보면서 내가 왜 이 영화가 좋았는지, 그리고 더 크게는 영화라는 매체를 내가 왜 재미있어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습니다. 저는 조만간 또다른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다들 코로나로 육체/정신적으로 힘드실텐데, 건강하시고 좋은 영화 많이 보시길 바랍니다.
Writer: Seil Kim I 김세일 <seil88.kan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