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DB: 7.8/10 | Rotten Tomatoes 85%

*이 글은 영화의 러닝타임 17분 정도의 이야기만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시점까지의 스포일러는 포함되어 있지만, 핵심적인 스포일러는 미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은 영화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영화가 됩니다. 열 사람이 보면 열 개의 다른 영화가 태어나죠. 모든 예술이 그렇듯 영화도 그러합니다. 그게 예술의 위대한 점이겠죠.

저도 영화를 볼 때 저만의 관점이 있습니다. 누가 옳은 건 없습니다. 애초에 답은 없으니까요. 다르단 건 오히려 좋은 겁니다. 모두가 영화를 보고 똑같이 생각한다면 얼마나 지루한 세상일까요. 그래서 제 생각을 먼저 밝히고 소통하려 합니다.

영화를 감상하는 방법 역시 여럿입니다. 제가 해보려는 것은 영화를 ‘읽는’ 것입니다. 한 씬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지만, 각 장면은 감독의 고심 끝에 나온 결과입니다. 찰나에 지나가는 씬을 음미하면, 감독의 생각이 보입니다. 저는 이렇게 영화를 ‘읽어 보려’ 합니다.

두 번째 작품으로는 2017년도 작 <러빙 빈센트>를 골랐습니다. 이 영화는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실존했던 아티스트의 삶을 다룬 영화는 많습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 중에 저의 최애 작품들을 열거해보자면, 작곡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삶을 다룬 밀로스 포먼 감독의 <아마데우스>, 시인 윤동주의 삶을 다룬 이준익 감독의 <동주>, B급 영화감독 에드워드 우드의 삶을 다룬 팀 버튼 감독의 <에드 우드>가 생각이 나네요. 세 작품 모두 자신 있게 강력히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죠.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0086879/mediaviewer/rm3039435264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0086879/mediaviewer/rm3039435264

출처: https://movie-phinf.pstatic.net/20160205_299/1454651273096sYmsK_JPEG/movie_image.jpg

출처: https://movie-phinf.pstatic.net/20160205_299/1454651273096sYmsK_JPEG/movie_image.jpg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0109707/mediaviewer/rm1112216576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0109707/mediaviewer/rm1112216576


영화가 실존했던 아티스트의 삶을 다루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그들이 유명하기 때문에 관객들의 흥미를 끌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모두가 알지만 모차르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마데우스> 이전에 많이 없었을 겁니다. 물론 이 영화는 영화를 보기 전 아무도 몰랐던 살리에리에 의해서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지만요. 또한 실존 인물은 당시 시대를 단박에 잘 대변할 수 있습니다. 윤동주(그리고 그와 대조되는 송몽규)를 다룸으로써 일제강점기하의 우리 민족의 삶을 전반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그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경 때문입니다. <에드 우드>는 팀 버튼의 에드워드 우드 감독에 대한 헌사입니다. 비록 실력은 지독히도 없어서 역대급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감독이지만,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가진 영화감독이라는 공통점 하에서 팀 버튼은 그에게 남다른 애착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 영화 역시 세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반 고흐는 어쩌면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일 것입니다. 그에 대한 영화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지요. 그는 또한 그 시대를 대변합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반 고흐가 화가가 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당대 화가들과 달랐던 그에 대한 시대의 처우도 보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반 고흐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는 영화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만들기 힘든 영화를 애초에 만들 수 없었겠죠. 그럼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가 과연 어떻게 나왔는지 살펴보러 갈까요?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CGzKnyhYDQI

영화가 시작되면 바로 눈에 띄는 것은 그림의 질감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극장에 들어갔다손 쳐도, 오프닝 시퀀스만 보아도 반 고흐의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에>가 바로 생각날 것입니다. 영화는 이처럼 고흐의 미술 세계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기려 했습니다. 결과는 색다르면서도 성공적입니다. 이 질감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생길 정도죠. 한국에 있을 때 반 고흐 전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놀랐던 것이 캔버스 위에 얼마나 두껍게 물감이 겹쳐져 있는지였습니다. 그 물감의 두꺼운 층이 느껴지는 듯만 합니다. 2차원으로 보였던 유채화가 촉각적으로 다가오는 경험입니다.

이 영화는 유화로 만든 유일한 영화라고 합니다. 그럴 것도 한 게, 보통 애니메이션은 1초에 여러 컷이 들어갑니다. 장면이 움직이는 것처럼 우리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는 여러 장면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카메라 역시 같은 원리입니다. 우리의 움직이는 것을 여러 사진으로 잘게 쪼개 저장한 것이죠. 만약 이것을 유화로 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유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애니메이션만 해도 한 장을 그리는데 한참이 걸릴 터인데, 유화는 고작 하겠습니까. 그렇기에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생각되는 일을 이 영화가 해낸 것이죠. (물론 많은 CG가 들어갔겠습니다만)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PR8FzZDQN6k

가끔은 영화보다 메이킹 필름이 더 재밌을 때가 있습니다. 위의 영상은 실제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영상입니다. 이 영화의 제작자들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에 공고를 내어 화가들을 모집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필요한 씬들을 나눠 그렸죠.

“Each of this movie's sixty-five thousand frames is an oil painting on canvas, using the same technique as Vincent van Gogh, created by a team of one hundred painters.”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3262342/trivia?ref_=tt_trv_trv

IMDB에 따르면 6,500장의 유화가 반 고흐의 테크닉을 동일하게 쓴 100명의 화가에 의해서 그려졌다고 하네요.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에 대해 “물감 냄새와 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듯한 노작.”이라고 평한 게 과언이 절대 아니죠.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3262342/mediaviewer/rm2756596992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3262342/mediaviewer/rm2756596992

다음은 영화의 제목입니다. <러빙 빈센트>라는 제목은 명확하게 편지와 연관이 있습니다. 편지의 가장 마지막에 쓰는 말이기 때문이죠. 편지는 고흐가 살았던 당시에 가장 일반적이었던 원거리 통신 수단이었습니다. 특히 고흐가 동생과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것은 유명하죠. 하지만 이는 중의법이기도 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이 영화는 고흐에 대한 애정이 밑에 깔린 영화니까요. 이 제목이 좀 더 <사랑하는 빈센트>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출처: https://ka-na.squarespace.com/config/pages/5b746435562fa7f9a51ffef1

출처: https://ka-na.squarespace.com/config/pages/5b746435562fa7f9a51ffef1

유화인 영화의 질감을 제외하면, 그다음으로 눈이 가는 것은 화면 비율입니다. 화면 비율이 우리가 자주 보는 비율 대비 훨씬 정사각형에 가깝죠. 보통은 가로 비율이 훨씬 깁니다. 이는 영화의 역사와 관련이 깊습니다. 영화사 초기에는 분명히 정사각형 혹은 티비 정도의 비율이 많았죠. 하지만 점점 티비가 대중화되면서 티비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영화는 가로 비율이 긴 시네마스코프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까지 온 것이죠. 요즘은 여러 비율을 한 영화 안에서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면 세 가지 화면 비율이 쓰이죠. 당연하게도 의도적입니다.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2278388/mediaviewer/rm2422442241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2278388/mediaviewer/rm2422442241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2278388/mediaviewer/rm2489551105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2278388/mediaviewer/rm2489551105

(위의 두 장면은 확연히 비율이 다르죠?)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왜 정사각형에 가까운 비율을 썼을까요? 아마 그림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정해진 비율이 없는 고흐의 작품을 각색하기 위해서는 가로로 비정상적으로 긴 현대의 시네마스코프보다 가로와 세로 길이가 차이가 덜 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출처: https://m.media-amazon.com/images/M/MV5BY2JjZTIyYmQtNmQ0Yy00YTM2LTliNTgtYjRlMDcxN2ZjYmFlXkEyXkFqcGdeQXVyMTkxNjUyNQ@@._V1_UX477_CR0,0,477,268_AL_.jpg

출처: https://m.media-amazon.com/images/M/MV5BY2JjZTIyYmQtNmQ0Yy00YTM2LTliNTgtYjRlMDcxN2ZjYmFlXkEyXkFqcGdeQXVyMTkxNjUyNQ@@._V1_UX477_CR0,0,477,268_AL_.jpg

영화는 고흐의 그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시작합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스타리 스타리 나잇~’ 으로 시작하는 동명의 음악이 나오기도 하죠. 원곡은 아니지만 어떤 버전이든 참 듣기 좋은 곡입니다.

20200412_213619.jpg

별이 빛나는 밤에서 카메라가 지상으로 쭉 내려오면 두 사람이 주먹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출처: http://lovingvincent.com/paintings,76,pl&amp;paint=4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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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고 있던 한 사람은 이 사람입니다. 누구냐고요?

출처: https://blog.naver.com/nillabel/220080403998

출처: https://blog.naver.com/nillabel/220080403998

그는 <주아브 병사>입니다. 이 영화는 재밌게도 실제 고흐의 초상화에 나온 사람들을 등장인물로 씁니다. 엑스트라까지 말이죠. 그런데 병사와 싸우던 와중 주인공이 떨어뜨린 편지가 있네요?

이 편지는 사실 빈센트 고흐가 동생이 테오 고흐에게 쓴 편지입니다. 극이 진행되는 시점에는 이미 빈센트 고흐가 죽인 이후입니다. 부치지 못한 편지 같네요. 테오 고흐는 빈센트 반 고흐의 거의 유일했을 지지자이자 그의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였죠. 그림을 거의 팔지 못 했기 때문에 사실상 경제적 능력이 없었던 빈센트를 물질적으로도 지원해 준 사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의 예술을 응원해준 가장 큰 팬이 바로 테오입니다. 그런 그에게 전하지 못한 편지라니 꼭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우리의 주인공은 이 부치지 못한 편지를 배달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주인공 역시 그의 초상화 주인공 중 하나이겠죠?

출처: https://www.smithsonianmag.com/arts-culture/how-creators-loving-vincent-brought-first-fully-painted-animated-film-life-180968210/

출처: https://www.smithsonianmag.com/arts-culture/how-creators-loving-vincent-brought-first-fully-painted-animated-film-life-180968210/

네, 그는 <아르망 룰렝> 이라는 사람입니다. 위의 세 그림 중 중간이 실제 고흐의 그림이고, 오른쪽은 영화 속의 아르망, 그리고 왼쪽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연기를 한 연기자입니다. 그러니까 중간 그림과 닮은 연기자를 섭외 후, 그가 실제 연기를 한 비디오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지요.

그런데 그는 왜 편지를 전해줘야 할까요? 그의 아버지 때문입니다. 그의 아버지인 조셉 룰렝 역시 고흐의 초상화의 모델이었습니다. 사실 고흐는 룰렝 가족 구성원의 여러 명을 그렸습니다.

출처: https://www.huffpost.com/entry/loving-vincent-still-paintings_n_59b826f7e4b02da0e13cd1ed

출처: https://www.huffpost.com/entry/loving-vincent-still-paintings_n_59b826f7e4b02da0e13cd1ed

바로 이분입니다.

조셉은 모자에서 알 수 있듯이 우체부입니다. 편지를 많이 썼던 고흐와는 자연스럽게 친할 수밖에 없었겠네요. 아버지의 명령(?)으로 아들이 미스터리한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출처: http://lovingvincent.com/paintings,76,pl&amp;paint=185.html

출처: http://lovingvincent.com/paintings,76,pl&paint=185.html

그런데 부자가 이야기하는 곳을 보아하니…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74738&amp;cid=46720&amp;categoryId=46846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74738&cid=46720&categoryId=46846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 작품에서 가져왔네요. 앉아 있는 부자만 제외하면 거의 비슷하게 재연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 영화는 배경마저도 고흐의 풍경화에서 가져왔는데, 이게 또 감상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3262342/mediaviewer/rm3125695744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3262342/mediaviewer/rm3125695744

아버지 조셉 룰렝는 생전의 그를 추억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화면이 흑백이 됩니다. 영화에서 과거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한 방법은 역시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해당 장면을 보여주기 전에 회상하는 듯한 연기를 한 후, 플래시백의 시각 및 음향효과를 주며 과거로 돌아가는 예도 있고, 의도적으로 과거인 것을 티를 안 낼 때도 있죠. 이 영화에서는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은 흑백으로 나옵니다. 이런 표현 역시 시각적인 것으로 해내다니 화가를 다룬 작품답습니다.

출처: https://kdhx.org/articles/14-fine-arts/film-reviews/831-loving-vincent-brings-van-gogh-s-paintings-to-life

출처: https://kdhx.org/articles/14-fine-arts/film-reviews/831-loving-vincent-brings-van-gogh-s-paintings-to-life

결국 길을 떠나게 된 아르망이 처음 만난 사람은 탕귀 영감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늙은 화상으로 파리의 젊은 화가들에게는 아버지로 불렸던 중요한 인물이었다. 탕귀 영감은 젊고 가난한 화가들에게 그림을 받고 물감과 재료를 주기도 했던 관대한 예술 후원자였다. 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 테오를 통해 탕기를 만나게 되면서 오랫동안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74759&cid=46720&categoryId=46846

라고 하네요. 그 역시 고흐의 초상화가 존재합니다.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74759&amp;cid=46720&amp;categoryId=46846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74759&cid=46720&categoryId=46846

보시면 뒤에 있는 배경의 그림까지 어느 정도 가져온 것이 보입니다. 이처럼 영화는 여러 초상화를연결함으로써 이야기의 동력을 가져갑니다. 어느 정도 제약이 있을 때 창작자들의 창작력을 더 강해지는 법이니까요. 이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이 여러 다른 그림들을 연결해가며 재밌어했을 생각을 하니 흥미롭기도 합니다.

아르망은 여기에서 동생인 테오 역시 형이 죽은 이후 얼마 있지 않아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죠. (여기서도 과거 회상을 흑백 톤으로 처리한 것 보이시죠?)

테오의 죽음을 듣게 된 아르망은 다시 빈센트의 죽음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두산백과와 미술대사전 모두 고흐의 죽음을 자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1890년 봄 파리 근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정착했으나 같은 해 7월 권총으로 자살했다. – 미술대사전(인명편)

1890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 사흘간 앓다가 7월 29일에 사망 – 두산백과

하지만 유명한 사람들이 간혹 그렇듯, 고흐의 죽음에 대해서도 음모론이 있나 봅니다. 이 영화는 그의 미스터리에 기반하여 극의 동력을 얻습니다. 좀 더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한 장치이자 실제로 고흐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나온 의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굳이 이와 같은 미스터리 장치가 이 영화에 꼭 어울렸을지 고개가 갸우뚱했습니다. 과연 이 음모론을 밝히는 것이 고흐의 예술관을 전하는 데에 어떤 이점이 있을지 생각해봤을 때,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되었듯 영화는 이 시점부터 이 미스터리의 열차를 타고 고흐의 죽음을 파헤치는 수사극과 같은 느낌으로 전개됩니다. 실제로 들어보면 그럴싸한 이론이기도 합니다. 뒤에 나타나는 또 다른 인물 중 한 명은 정말 모티브가 있을 만도 하구요.

더불어 영화는 끝까지 볼거리는 확실히 제공합니다. 지금껏 설명해 드렸던 고흐의 초상화, 풍경화들로 이루어진 스크린을 가장한 캔버스가 끊임없이 우리의 눈을 호강 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를 떠나 시각적 요소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고흐의 수많은 작품과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엔딩 크레딧까지 도달하면 우리는 이런 장면을 보게 됩니다.

고흐는 비교적 늦게 붓을 잡았습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밤낮없이 성실하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8년 동안 800장의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1년에 거의 100장, 3일에 1장꼴로 유화를 그린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당대에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달랑 한 점의 그림만 팔았을 정도죠.

그런 그가 사후에 불멸의 화가로 칭송받게 됩니다. 지금은 어쩌면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화가일지도 모르죠.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빈센트 반 고흐라는 사람에 대한 영화입니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에 모든 것을 걸어 불태웠고, 불행히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당대에 인정받았던 다른 화가들 대비 오히려 더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800장의 성실함과 당대의 평가에 좌우되지 않았던 뚝심일 것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고흐와 비슷한 역경 혹은 유혹에 빠질 겁니다. 게으름이 우리를 유혹할 것이고, 세상의 무관심에 상처 입겠죠. 사람들이 고흐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지 작품의 위대함 뿐만은 아닐지 모릅니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삶을 살았던 고흐가 마침내 위대한 화가로 영원히 사는 그의 스토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Writer: Seil Kim I 김세일 <seil88.ka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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